폭염發 배추 생산물가 폭등, 9년 동안 매해 일어났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 채소·과일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최근 9년 동안 여름철 배추 생산자물가가 매해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채소와 과일 물가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매년 폭염에 대응한 정부 대책이 결과적으로 땜질에 그친 셈이다.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입 강화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배추 10년 간 평균 64.7% 뛰었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최근 10년 중 2015년(8.1%)을 제외한 매해 8월 배추 생산자물가지수는 최소 23.1% 이상 폭등했다. 2016년(123.3%)과 2023년(112.7%)은 한달만에 생산물가가 두배 이상 뛰기도 했다. 평균으로 따지면 최근 10년 8월 배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4.7%를 기록했다.

여름철에 시작된 폭등은 김장철을 앞두고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9월에도 최근 10년 중 7번은 배추 생산자물가가 20% 이상 올랐다. 2022년 9월엔 76.8%가 폭등키도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모습이다. 배추 생산자물가는 7월(50.5%)부터 8월(73.0%), 9월(61.0%)까지 3개월 내리 폭등했다.

전반적인 채소와 과일 생산물가도 여름철 폭등세를 피하지 못해왔다. 최근 10년 동안 8월 채소및과실 생산자물가지수는 7번이나 10% 이상 뛰었다. 2020년에는 29.0%를 기록, 30%대에 육박했다. 평균은 16.7%에 달했다.

한은 “농산물 중심 수입 다양화해야”

사실상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폭등이 고착화된 셈이다. 정부도 매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를 넘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음해가 되면 더 심한 폭염과 폭우에 또다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이후 물가 오름세는 10% 가량이 이상기후 탓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은이 발표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80∼2000년 시기보다 최근(2001~2023년) 들어 이상기후가 성장·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지속성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23년 이후 월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요인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이상기후가 평균 10%가량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농산물은 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좁은 땅으로 생산 단가는 낮추기 힘든데, 수입을 통한 공급도 강제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특히 높은 원인으로 낮은 생산성, 유통비용, 제한적 수입 등을 꼽았다. 농경지 부족과 영세한 영농 규모 등 탓에 생산 단가가 높은 데다 유통에도 비용이 많이 들고, 일부 과일·채소의 경우 수입을 통한 공급도 주요국과 비교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물가 수준을 낮춰야 한은의 신뢰성도 커지는데, 지금 물가 상승률로는 해결할 수 없고 구조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며 “우리(한은)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입하지 않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수입 품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부 “농산물 공급 확대로 대응…연말 종합 수급안정대책 마련”

정부는 일단 농산물 공급 확대 등으로 대응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대책’ 브리핑에서 계약재배 물량인 배추 2만4000톤과 무 9100톤을 김장 성수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배추 비축 물량을 1000톤 수준으로 유지해 기상 악화 등으로 가격이 치솟는 날에는 이를 시장에 방출할 예정이다. 고추, 마늘, 양파, 천일염 등도 정부 비축 물량을 전통시장, 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등에 공급한다.

유통사 할인 행사도 지원키로 했다. 대형·중소형 마트와 전통시장 등 전국 1만8300곳을 대상으로는 오는 12월 4일까지 최대 40% 농산물 할인 행사를 연다. 다음 달 20∼30일(잠정)엔 ‘수산페스타’를 열어 천일염과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이에 더해 김장 재료 수급 상황을 매주 점검하고 다음 달 7일부터 가격과 할인행사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여름철 배춧값 급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엔 연말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수급 조절을 위해 비축 기술을 향상하는 방법과 시설을 증축하는 방안 등이 골자가 될 전망이다.

수입 확대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후와 수급 상황에 따라 공급 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2일 “워낙 수급 상황이 안 좋아 일시적으로 신선배추를 수입했고 48톤을 들여왔다”면서도 “지금 국내 배추 수급 상황이 좋아지기 때문에 수입은 우리 상황을 봐가면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