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

▶길 위의 뇌(정세희 지음, 한스미디어)=마음 근육은 실제한다. 그리고 마음 근육을 키우는 것은 다리 근육을 단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새내기 의사 시절, 러닝 동호회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인 20년 전부터 달려온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세희 교수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을 절대 거르지 말고 꾸준히 쌓으라고 조언한다. 정 교수는 운동과 담 쌓고 살아온 사람들은 병을 얻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겪게 되는 긍정적인 부하를 경험하지 않았기에 치료와 재활을 금세 포기한다는 것이다. 반면 꾸준히 운동했던 사람은 라켓을 휘두르던 근력, 어려운 훈련을 참아낸 근성, 이기고자 했던 투지 등이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의 신체 근육뿐만 아니라 정신 근육도 키웠기에 훌훌 털고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근성, 의지, 습관, 관성은 무엇이든 몸이나 혼에 새겨져 위기 때 힘으로 발휘된다.”

▶노란 집(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책세상)=책은 일본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이자 2022년 영국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가와카미 미에코가 요미우리 신문에 1년간 연재했던 소설을 엮은 작품이다. 2020년 봄, 반찬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이토 하나’는 우연히 20대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돼 재판 중인 60대 여성의 인터넷뉴스를 발견한다. 기사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피고인의 이름 때문. 그렇게 하나는 평생 잊지 못할 줄 알았으나 잊고 있었던, 20년 전 ‘노란 집’에서의 시간을 떠올린다. 작가는 우리 삶에서 한 번쯤 스쳤을지 모를 다양한 여성 인물들의 내면에 천착해 선과 악으로 쉽사리 나눌 수 없는 사회의 적나라한 단면을 담담한 필치로 파헤친다. 사회의 시선에서 어쩌면 “쓸모없어” 보일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결핍을 채우고, “이미 시작된 삶을 전력으로 살아보려는” 걸 지켜보다보면 어느 새 그들을 힘껏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상을 구할 기생충(스콧 L. 가드너·주디 다이아몬드·가버라츠 지음, 김주희 옮김, 코쿤북스)=보통 기생충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기 마련이다. 기생의 생존은 숙주의 희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과 숙주의 관계는 일방적인 희생보다는 공생 혹은 상생인 경우가 많다. 기생충 학자인 저자는 기생충이 이 세상에서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존재하며, 모든 자유 생명체에 서식하다 보니 생물의 40%가 기생충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기생충은 숙주에 도움을 준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기생충은 주변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숙주가 이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숙주의 면역계를 자극해 낯선 미생물을 물리치거나 숙주가 낯선 먹이를 먹더라도 에너지로 전환되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는 기생충에도 위협이다. 저자는 기생충이 인간과 다른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한편, 이를 통해 미래 인류가 직면할 도전을 예측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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