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 네트워크.[고려대학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남자와 여자 간 자폐증의 성별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발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학교 안준용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유희정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교 도나 월링 교수 공동연구팀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폐 가족 코호트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별에 따른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고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자폐는 여성보다 남성의 유병률이 약 4배 높다고 알려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자폐의 성차 연구는 주로 유럽 인종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자폐는 다양한 임상적 특성을 포함하는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지만, 자폐의 성차가 동반되는 임상적 특성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유전 분석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인 자폐 가족의 코호트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40개의 여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와 403개의 남성 특이적인 자폐 유전자를 규명, 여성과 남성 간에 서로 다른 발생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여성 자폐 유전자는 주로 유전자 발현 조절의 핵심 요소인 염색질과 히스톤에 영향을 주는 반면, 남성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주관하는 시냅스에 영향을 미쳤다.
또 자폐의 주요 유전적 원인인 신규변이와 양적유전점수(Polygenic Score)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적 조성의 성차가 지적장애 동반 여부 및 자폐 주요 증상 중증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남을 밝혔다.
안준용 고려대학교 교수.[고려대학교 제공] |
연구팀은 한국인 코호트의 가족 임상표현형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수집, 이를 바탕으로 부모와 형제자매의 유전적 조성을 조사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양적유전점수를 갖지만, 인지능력은 더 높고 자폐 중증도는 더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안준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 성차 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자폐와 같은 신경발달장애의 정밀 진단을 위해서는 성별과 임상적 특징을 모두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메디신(Genome Medicine)’에 9월 27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