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간 디딤돌대출 규모가 22조원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디딤돌 대출 등 정보 [연합]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정부가 주택 구입용 정책대출인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올해 나간 디딤돌대출 규모가 22조원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신청액은 이달 들어 1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디딤돌대출로 수요가 몰린 것은 양대 주택 정책대출인 디딤돌은 ‘확대’, 보금자리론은 ‘축소’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운용되면서다.
정부가 가계대출과 집값을 잡기 위해 디딤돌대출까지 조이기에 나섰으나 ‘서민층 내 집 마련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망각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27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책대출인 디딤돌·버팀목대출은 올해 1∼9월 42조847억원 집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7조7868억원)보다 규모가 14조3979억원(51.5%) 증가했다.
특히 디딤돌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대출액이 올해 1∼9월 22조320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1196억원)보다 2.7배 늘었다.
전세 자금용인 버팀목대출이 올해 1∼9월 19조7645억원 규모로 집행돼 작년 같은 기간(19조6672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정부가 8월 디딤돌대출 금리를 연 2.35∼3.95%로 최대 0.4%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대출 한도 축소까지 나선 이유다.
디딤돌대출로 수요자가 몰린 것은 보금자리론과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효과’와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 소득 요건 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디딤돌대출(일반형)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연 2∼3%대 금리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대표적 서민 정책금융 상품이다. 소득 요건과 주택 가액에 제한이 있기에 서울보다는 경기·인천과 지방 주택 매수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지난해 정책대출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는 특례보금자리론에 집중됐다. 금리가 오르며 2022년 말부터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정부는 소득과 상관 없이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작년 1월부터 1년간 한시 공급했다. 집행액은 41조8천336억원 규모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9월 주택가격 6억∼9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고 6억원 이하의 우대형 대출만 운영하는 축소 조치를 했다.
국토부 소관의 디딤돌대출 요건은 계속해서 완화됐다. 신혼부부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은 지난해 10월부터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1월 출시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의 부부합산 소득 요건은 1억3000만원이고, 국토부는 여기에 더해 소득 기준을 올해 안에 2억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2억5천만원으로 상향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억원을 빌려준다. 최저 금리가 연 1.6%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높아졌는데, 디딤돌대출 금리는 연 2∼3%대로 유지되고, 최저 1%대 저금리 상품까지 나오자 수요가 폭발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해 1월 29일 출시 9개월 만에 신청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21일 기준으로 총 3만9456건, 10조1779억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디딤돌(구입) 신청이 7조7320억원, 버팀목(전세)이 2조4459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