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은행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한국은행이 0.5%로 전망했던 3분기 성장률이 0.4%포인트(P) 더 낮은 0.1%에 그치면서 ‘성장 쇼크’가 나타난 가운데, 정치권에선 통화정책 수립과 주요 공공정책 수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전망의 정확도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1분기 1.3% 깜짝 성장했지만, 2분기에 –0.2% 역성장으로 돌아섰고, 3분기에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내수는 일부 회복했지만 수출이 흔들리면서 성장이 주저앉은 것이다.
특히, 한은의 예상치보다 0.4%P나 낮은 3분기 성장률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서 제기되던 한은의 경제전망 정확도 제고 필요성 지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 전망을 위해 활용하는 소비·투자·수출입 등 세부 지출항목별 성장률 예측에서 지난 4년간 과도한 오차가 계속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지출항목별 경제성장률 전망 및 실적치 비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경제성장률 및 6개 지출항목별 전망치와 실적치의 오차 범위가 0.5%P 미만으로 나온 것은 총 112개 전망 중 31개(27.7%)에 불과했다.
전망치와 실제 수치(실적치)가 0.5%P 미만 오차가 났을 경우를 ‘일치’로 보더라도 셋 중 하나 적중 수준에 그친 셈이다.
분석에 사용된 6개 지출항목은 ▷민간소비 ▷설비투자 ▷지재물투자 ▷건설투자 ▷재화 수출 ▷재화 수입 등이다. 정 의원실은 한은이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2·5·8·11월의 6개 항목별 성장률 예측치와 경제성장률을 포함해 7개 항목을 실제 실적치와 비교했다.
2월 예측의 경우, 지난 4년간 1%P 이상의 과도한 오차가 난 항목은 28개 중 21개로 75%를 차지했다. 5월과 8월을 거치며 수정해 11월에 발표한 예측에서도 0.5%P 이상 오차가 난 항목은 28개 중 16개로 57%에 달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더라도 전망치와 실제 수치 간 차이는 현저히 떨어진다. 2022년도 성장률 전망은 8월 전망(2.6%)부터 실제(2.6%)와 일치하지만, 지출항목별로 보면 0.5%P 미만의 오차 항목은 28개 중 12개에 불과해 일치도는 43%에 그친다. 가령, 2022년 2월 건설투자 전망치는 2.4%였지만 실적치는 –2.8%로, 두 수치 간 차이는 5.2%P나 벌어졌다. 한은은 건설 자제 수급 차질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이 차이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은 5월부터 성장률 전망이 실적과 일치했지만, 항목별로 0.5%P 미만 오차는 28개 중 10개로 일치도는 36%에 불과했다. 2023년 설비투자 항목의 경우, 2월 전망치는 –3.1%였지만, 실제 성장률은 0.5%로, -3.6%P 차이를 보였다. 한은은 여행수요 회복으로 항공기 등 운송 장비 투자가 반등한 결과라고 봤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 “경제여건 변화로 전망과 실적치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경제전망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정확도 제고를 위해 속보성 추가 지표 확보, 전망모형 개선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의원은 “한국은행이 8월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수출 상승세와 내수회복으로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는데, 현실은 달랐다”며 “올해 상고하저(上高下低)의 경기가 전망됨에도 재정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풀어서 경기에 대응한 충분한 정책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전망 모형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협의하고 정보를 신속히 반영하여 정확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