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같은 뽀얀 자태’…일본만화 속 고성능차, 한국땅 밟았다 [여車저車]

만화 이니셜D 표지와 토요타 AE86 콘셉트.

[헤럴드경제(용인)=김성우 기자] “자동차도 모르는 것들이 꼭 돈이 좀 생기면, B사나 F사 차량을 찾는단 말이야.”

“운전실력은 기름과 타이어를 얼마나 낭비하는가에 비례하는 법이지.” (이니셜D 대사)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일본만화 ‘이니셜 D’ 속 고성능차, 토요타 AE86이 수소엔진 탑재 콘셉트 모델(이하 ‘AE86 수소’)로 27일 한국에 상륙했다. 공개가 이뤄진 장소는 현대차와 토요타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함께 개최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현장. 지난해 초 전동화 모델과 함께 콘셉트카 형태로 탄생한 AE86 수소가 국내에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니셜D는 지난 1995년 발매를 시작해 2013년까지 연재된 일본의 레이싱 만화다. 주인공 후지와라 타쿠미가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 후지와라 분타로부터 물려받은 AE86으로 도심 레이싱을 접하면서, 최고의 드라이버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니셜D는 문화적으로 크게 흥행하면서 2021년 6월 기준 누계 발행부수 5500만부 돌파, 애니메이션 CD만 70만장, DVD만 50만장이상 판매한 작품이다. 이후 게임으로도 제작됐고,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각종 밈이 패러디 되기도 했다.

토요타 AE86 수소 콘셉트. [온라인 커뮤니티]

주인공이 만화속에서 타는 AE86은 1980년대 생산돼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모터스포츠 차량으로 이름을 날렸던 모델이란 후문이다. 1990년대 출판을 시작한 이니셜D 만화 속에선 오래된 자동차로 처음 등장하지만, 과거에는 고성능 차량으로 명성을 누려온 셈이다. 주인공과 아버지가 두부 배달용 차로 써 ‘두부차’라는 별명이 있다. 이에 걸맞게 바디 절반은 하얀색으로 도색돼 있다.

만화가 인기를 끈 후 AE86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는 수천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차량이 팔렸고, 우리나라에서도 AE86과 흡사한 외형을 가진 구형 프라이드를 AE86처럼 개조해서 타는 문화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번에 토요타가 공개한 AE86 수소는 기존 인기를 끈 모델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차량의 원형이 된 ‘스프린터 트레노 GT-APEX’와 맞게 해치백형 형상에 팬더 도색(검은색과 흰색으로 디자인)을 입혔고, 각진 형상의 헤드·리어램프도 차용했다. 또한 차량의 심장도 직렬 4기통 1587㏄ 자연흡기 (4A-GEU)엔진을 넣은 점도, 기존 이니셜D에 등장하는 차량의 설정과 닮아 있다.

다양한 순정부품을 차용한 가운데 다른 점이라면, ‘수소 엔진화’ 튜닝을 거치면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수소 연료를 통해 움직이는 수소 엔진은 현대차가 준비하고 있는 수소전기차와 함께 향후 수소경제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료계다. 구동계가 기존 화석연료와 같이 엔진으로 이뤄져 있어서 준수한 토크감과 출력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토요타가 현장에서 공개한 AE86 수소콘셉트. [김성우 기자]

토요타는 행사현장에서 AE86 수소와 함께 수소연료계를 쓰는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ORC ROOKIE GR Corolla H2 Concept)를 선보였다. 향후 수소경제에 대한 의지, 현대차와의 수소 분야에서의 협업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했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차와 토요타는 각각 수소계통 자동차에서 세계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어 양측의 협업은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한편 토요타는 이번 행사 브랜드존에서 양산 모델인 ‘GR86’과 ‘GR Supra’를 공개하며 전동화 선택지에 대한 메시지도 던졌다. 실제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은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의 마스터 드라이버로 활동하면서 액체 수소 차량인 ‘GR 코롤라 H2 콘셉트’로 슈퍼 타이큐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직접 선수로 참여한 바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