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7·23 전당대회에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던 한 대표는 간판 공약이었던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시작으로, 대통령실과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온 각종 사안을 공개 요구하며 ‘여당 내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키웠다. 다른 목소리를 찾기 어려웠던 ‘당정 일체’ 기조에 균열을 내며 여권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 성공했지만, 거대야당의 탄핵 압박에 직면한 여권 내부에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오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변화와 쇄신’을 주제로 임기 소회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당정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 중 ‘보수 텃밭’임에도 격전지로 주목받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당 쇄신을 전면에 내걸었다. 한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 중 하나였던 ‘여의도연구원 개혁’ 관련 윤곽도 취임 100일을 전후로 공개될 예정이다.
4·10 총선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당을 이끌게 된 한 대표의 가장 큰 100일 성과로는 ‘여권 스펙트럼 다양화’가 꼽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친윤석열(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냈던 기존 국민의힘과 달리, 주요 현안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를 상대로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한 대표의 제안들이 당정 갈등만 드러낸 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은 대통령실과 당 주류의 부정적인 기류 속에 발의되지 못했고,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는 ‘2025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 등을 둘러싼 이견이 부각되며 아직 출범하지 못했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81분간 회동에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전향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당 내 갈등 양상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한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 추진 의사를 밝힌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다. 대통령과 그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연동돼 지난 8년 간 여야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 특별감찰관 문제 논의를 위한 친한동훈(친한)계의 의원총회 개최 압박을 놓고 여권에선 “독선이고 독단의 정치(권성동)”, “대통령 공격하고 여당 내 분란만 일으킨다(홍준표)” 등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기류 속 ‘당 장악력 강화’는 남은 임기 최대 난제로 꼽힌다. 현재 당 내 친한계는 조경태·송석준·김예지·김형동·박정하·배현진·서범수·장동혁 등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비주류 및 수도권 중심의 현역 21명과 김종혁 최고위원,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원외 인사들이다.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총선 이후 친윤 색채를 덜어낸 영남권 다선 및 중진 의원들을 포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친한계 내부에서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의원들을 장식품 취급하고, 자신의 뜻이 당론이 되는 ‘CEO형’ 당대표가 돼선 세를 갖출 수 없다”며 “물밑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