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총선 선거 캠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는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AP] |
“총리 지명을 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본의 제1 야당 입헌민주당이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선거(총선)에서 전체 의석수 465석 가운데 98석이던 의석수를 148석으로 대폭 늘리며 약진했다. 2012년 자민당에게 정권을 내줬던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화려한 주역으로 부활했다.
노다 대표는 선거 직후 인터뷰에서 “정권교체야말로 최대의 정치개혁”이라면서 “총리 지명을 겨뤄야 하는 환경이 된다면, 총리직을 따러 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정권 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12년 민주당 정권 시절 세 번째로 총리에 올랐지만 1년 3개월 만에 자민당에 정권을 내주며 단명 총리로 끝난 바 있다.
도쿄 옆에 있는 지바현 출신인 노다 대표는 자위대의 자위관 아들이며,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일본의 명문 정치학교인 ‘마쓰시타 정경숙(政 塾)’ 1기생으로 들어갔다. 그는 마쓰시타 정경숙을 졸업한 이후 한동안 가정교사나 도시가스 검침원 같은 일을 하다가 1987년 29살의 나이에 치바현의회 선거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현의원을 두 번 역임했다.
1992년 같은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이자 당시 구마모토현 지사였던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일본신당을 창당하자 고이케 유리코, 다루토코 신지 등과 함께 신당에 참여했고, 1993년 일본신당 후보로 중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선거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이 붕괴된 반면 일본신당, 신생당, 신당 사키가케 등이 연합해 비자민 연립정권을 수립하기도 했다.
입헌민주당 정치인이지만 그의 역사 인식은 자민당 우파와 비슷할 정도로 극우적 성향이 짙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노다 대표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중국 등의 반발을 샀을 때 당시 재무상이었던 노다 대표는 “A급 전범은 일본 내에서 이미 사면됐으니까 더이상 전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葬) 때는 민주당 출신 전 총리로선 유일하게 참석했으며, 자민당 요청을 받아 국회에서 아베 추도 연설을 하기도 했다.
노다 대표의 총리 재임 시절 한·일 관계는 부침을 겪었다. 그는 총리직에 오른 직후 첫 외교 순방지로 한국을 찾았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만나 한·일 통화스와프를 합의했으며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하는 과정이 담긴 ‘대례의궤(大禮儀軌)’ 등 5권을 직접 들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12월 교토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이 전 대통령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자, 노다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평화비(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이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노다 대표의 반한 성향이 강해졌다고 알려졌다.
입헌민주당의 관계자는 “노다 대표를 친한이라곤 할 수 없지만, 지금은 반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다 대표는 애주가이면서 격투기 관전을 좋아하고, 말수가 적다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