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동시에 지지하는 청정경쟁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2025년부터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계가 향후 10년(2025~2034년)간 총 2조7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28일 ‘미국 청정경쟁법의 국내 파급효과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탄소세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한경협은 청정경쟁법이 도입될 경우 향후 10년간(25년~34년) 총 2조7000억원의 탄소세 비용이 유발되며 적용범위에 따라 원자재와 완제품에 각각 1조8000억원, 9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석유 및 석탄제품(1조1000억원), 화학제조업(6000억원)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정경쟁법이 시행되면 미국과 원산지 간의 탄소집약도 격차에 탄소 가격을 곱한 규모의 탄소세가 부과된다. 탄소 가격은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미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경우 미국 수입업자는 해당 법에 따라 탄소세를 납부하게 된다. 이때 수입업자는 국내 기업에 이 비용을 전가해 결국 탄소세는 국내 기업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탄소세는 미국과 한국의 탄소집약도 격차, 탄소 가격, 적용 비율을 수출중량에 곱한 값에 의해 결정된다. 탄소집약도 격차가 1, 탄소 가격이 톤당 55달러, 적용 비율 1일 때 국내 수출기업이 100톤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5500달러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탄소세는 2025년 26개 에너지 집약 산업군에서 생산된 원자재에 최초 적용된 이후 2027년 완제품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경협은 한국의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가 주요국과 비교해 저조한 수준인 만큼 미국이 청정경쟁법을 시행할 경우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5년간(16~20년) 한국의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2.4%)는 미국(4.9%), 일본(2.7%) 등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 특히 청정경쟁법의 탄소세 산식에 활용되는 국가 단위 탄소집약도는 2020년 기준 한국(0.14)이 미국(0.11)에 비해 1.2배 뒤처진다.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는 미국보다 2.5% 포인트(미국 4.9%, 한국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청정경쟁법 도입 시 기업들의 비용 경감을 위해 ‘발전부문’의 무탄소에너지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전부문의 무탄소에너지 전환은 산업·건물·수송 등 다른 부문의 탈탄소화 전략인 전기화의 선결조건이다.
청정경쟁법에서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국가 단위 탄소집약도’ 격차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실제로 국가 단위 탄소집약도 개선율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연간 탄소집약도 1% 개선 시 미국 탄소세(청정경쟁법) 비용은 4.9%(약 88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경협은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출범한 탄소감축포럼(IFCMA)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감축포럼은 기후정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 분석 및 탄소집약도를 연구한다. 그 결과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포함해 청정경쟁법의 탄소세 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경쟁법은 원산지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명시적인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 탄소세 (일부) 면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한경협은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상향 추이와 탄소가격 현황 등 탄소가격제 운영 현황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협상력을 사전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