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팀 KAIST 하반신마비 장애인 선수가 27일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미션 통과 후 환호하고 있다.[KAIST 제공] |
김승환 팀 KAIST 장애인 선수가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KA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산 웨어러블 로봇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KAIST는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엔젤로보틱스 의장)가 개발한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으로 출전한 팀 KAIST가 27일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Cybathlon)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사이배슬론은 로봇 기술로 장애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스위스에서 처음 개최된 국제대회로, 일명 사이보그올림픽이라 불린다. 웨어러블 로봇 종목은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로봇에 완전히 의존하여 직접 걸으면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기술적 난이도도 높고 로봇 기술에 대한 의존도 또한 높다.
실제 이번 대회의 미션을 보고 많은 팀이 출전을 포기했고, 기술 개발 과정에서도 반 이상의 연구팀들이 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실제 경기에는 한국,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의 총 6팀만이 참가했다. 스위스 본진의 연구팀마저 포기를 선언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중도 포기한 팀이 많이 발생한 이유는 유난히 미션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구팀들이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일으켜 걷는 것도 버거운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데, 지팡이 없이 걷도록 한다거나, 양손을 사용하여 칼질을 해야 하는 등 무리한 미션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경철(오른쪽) 교수와 김승환 선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AIST 제공] |
이렇게 미션의 난이도가 올라간 이유는 지난 대회 때 공 교수 연구팀이 주어진 모든 미션을 너무 빠르게 완수했기 때문이다.
공 교수 연구팀은 미션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워크온슈트F1을 개발했다. 모터가 장착된 관절이 6개에서 12개로 늘었고, 모터의 출력 자체도 지난 대회보다 2배 이상 출력이 강화됐다. 발에 있는 6채널 지면반력 센서는 로봇의 균형을 1초에 천 번 측정하여 균형을 유지시키도록 하였다.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하여 카메라를 설치했고 인공지능 신경망 구현을 위한 AI 보드도 탑재했다.
특히 대회 미션과는 관계 없이, 착용자 스스로 로봇을 착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걸어와 휠체어에서 도킹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부품을 국산화했고, 모든 기초기술을 내재화했다. 로봇의 디자인은 KAIST 박현준 교수가 맡아 사람과 로봇의 조화를 추구했다.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참가한 팀 KAIST가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AIST 제공] |
좁은 의자 사이로 옆걸음, 박스 옮기기, 지팡이 없는 자유 보행, 문 통과하기, 주방에서 음식 다루기 등의 미션들을 6분 41초 기록으로 성공했다.
2위, 3위를 차지한 스위스와 태국 팀들은 10분을 모두 사용하면서도 2개 미션을 수행하는데 그쳤다. 애초에 적수가 되지 않는 경기였다. 사이배슬론 중계진도 경쟁보다는 워크온슈트F1의 성능에 더 큰 놀라움과 관심을 보였다.
팀 KAIST의 주장인 박정수 연구원은 “애초에 우리 스스로와의 경쟁이라 생각하고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서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워크온슈트F1의 다양한 기능을 계속해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반신마비 장애인 선수 김승환 연구원은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내 몸으로 알릴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