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 있는 대규모 미사일 생산기지 ‘코지르’의 위성사진.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스라엘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에 공습을 감행한 피해로 이란이 당분간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수출하기 어렵게 됐으며, 그 기간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2년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익명의 정보소식통이 분석한 결과를 전했다. 매체는 “이달 초 200기의 미사일을 쏜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는 것이 이스라엘이 지난 26일 이란을 공격한 1차적 의도였지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도 부수적 효과가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이란이 소모전으로 2년 넘게 지속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북한과 함께 미사일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해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대러시아 군사지원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의 미사일 공급량이 감소하면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26일 새벽 F-35 라이트닝, F-16 팰컨, F-15 이글, 공대공 급유기, 드론 등 항공기 100여대를 동원해 이란을 공습했다.
당시 집중 공격 목표물에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해온 ‘행성 믹서(planetary mixer·고점도 내용물을 혼합하는 공전자전 믹서)’가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믹서가 파괴돼 이란이 연료를 생산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중국 등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며, 생산 역량을 복구하는 데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다양한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중동의 군사 대국이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샤헤드-136 등 드론과 포탄 등을 지원했으나 탄도미사일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당국은 이란이 러시아에 파타흐-360 미사일을 공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타흐-360은 최대 150㎏ 무게의 탄두를 장착한 채 최장 120㎞까지 비행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더타임스는 자체 취재 결과 올해 8월 30일 이란 북부의 아미라바드 항구에서 카스피해를 통해 미사일 100기가 컨테이너 25대에 실려 선적된 것으로 서류를 통해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당 서류에는 가명을 쓴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국적자가 배송 승인 서명을 한 것으로 돼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지난 26일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 목표물에는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생산시설 외에 방공미사일 포대도 포함돼 있었다.
이란은 러시아에 9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주고 S-300 방공시스템 4대를 2016년에 들여왔으나, 이 중 1대가 올해 4월에 파괴된 데 이어 지난 26일 공격으로 나머지 3대가 파괴됐다. 이에 따라 이란의 핵 및 석유 인프라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방어 능력이 취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