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정책 토크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에 참석해 박물관, 미술관 등 현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청년 직원들을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근래 들어 자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한강 작가가 포함돼 있었다’, ‘도서 지원 사업에 배제됐다’ 하는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4년 세종도서 사업에서 (한강 작가가) 딱 한 번 배제됐다. 그 외에는 (문제가 된 게) 없다.”
유 장관은 2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책 토크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에서 “‘무슨 블랙리스트다’ 하는데, (그런 게) 큰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문체부 측 역시 “블랙리스트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며 앞으로 모든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며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유 장관의 축하 메시지가 늦어지면서 일부 논란이 있었다. 유 장관이 사실상 관여된 블랙리스트에 한강 작가가 있었고, 그 때문에 작가 지원에도 소홀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블랙리스트 백서(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간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백서)에 이름이 104회나 등장한 이가 바로 유 장관이다.
지난 2014년 세종도서 사업에서 배제된 작품도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 기준으로 선택한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다. 이 작품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의 비극적 역사가 배경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정치가 예술에 관여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며 선을 그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정책 토크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에 참석해 박물관, 미술관 등 현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청년 직원들을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유 장관은 “한강 작가는 대단하신 것 같다”며 “상 받고서 침묵하고 있고 축전도 받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사양하시고, 그런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의 문화적인 인지도가 세계에서 확실한 공감대를 갖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작가 개인으로서도 큰 기쁨이지만 나라 전체에 주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날 유 장관은 독서문화 진흥과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지원 방법에 집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업계에 인문학 관련 예산이 너무 줄었다는 이야기가 많아 예산을 깎이기 전 수준으로 많이 회복했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를 따지지 말고 개선하려고 한다. 내년은 출판과 문학 분야에서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체부 인문정신문화 사회적 확산 지원 사업 내년 예산(208억원·정부안 기준)은 올해보다 7%가량 늘었다.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업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레지던시를 국내에 설치해 운영하는 안도 내비쳤다. 유 장관은 미술 작가들의 해외 전시 지원을 묻는 질의에 “외국 작가들과 한국의 지역 작가들이 함께 묵으면서 작업할 수 있는 국내 레지전시 공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프랑스 파리 소재의 시테 데자르(국제예술공동체)에서 6개월간 거주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이 국가 주도로 작품 값을 비싸게 부르면서 작가를 키웠는데, 한국은 그런 방법이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 장관은 장관 취임 후 1년간 전국 300곳 이상의 현장 일정에 나섰던 것을 강조하며 정책 혁신과 미래를 위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취임 후) 10년은 지난 것 같다”며 “쉼 없이 달려왔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정책 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는 청년 직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행사에는 박물관, 미술관 등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80여 명의 청년 직원들이 참석했다. 유 장관은 취임 1년을 맞은 소회를 나누고 정책 너머의 이야기를 격의 없이 풀어보자는 취지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