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이 부실한 채권을 팔아 벌어들인 돈이 36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에 채무조정·개인회생 등을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돈을 받기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채권을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채권 매각을 진행하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카드)의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3685억원을 기록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956억원에 불과했던 카드사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지난해 5848억원으로 6배 넘게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도 이미 지난해 상반기 수준(3596억원)을 넘어서면서 하반기에도 매매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갈수록 카드론 등을 갚지 못해 구제 신청을 하는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6월 말 사전채무조정채권, 개인회생 및 신용회복 채권,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또는 법원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고객 채권을 채권매각회사에 줄줄이 팔아넘겼다.
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에서 채무조정·개인회생 요청이 들어오면 카드사는 상환금액을 줄여주거나 상환 일정을 연장한다. 이에 대출 채권 만기가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길어지고, 카드사는 그에 따른 금융비용과 회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채권을 팔고 수익을 보전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제상황 악화 및 신용구제 정책 안내 확대 등으로 개인회생, 파산 등 채무조정 신청이 늘면서 대출채권 중 신용구제채권이 많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관련 채권에 대한 매각도 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연체율 등 건전성 문제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카드)의 연체율은 1.69%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카드론 등을 포함한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은 3.60%로 전체 연체율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3분기에도 카드론 잔액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카드사들의 채권 매각도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카드론은 카드사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8조원 수준이었던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6월 말 40조6059억원으로 불어났고, 최신 통계인 9월 말 기준 41조6870억원으로 1분기 만에 1조811억원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통상 분기말에 부실채권 매각을 진행한다. 9월에도 매각이 이뤄졌다”면서 “매각 이익은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와 금융지주계열(신한·KB국민·하나·우리) 카드사들은 이날부터 내주까지 3분기 실적 발표를 이어간다. 2분기 이들 5개 카드사의 당기순익은 1조198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550억원) 대비 25.5% 증가했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