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흑인 유권자 ‘부의 증가’ 약속…트럼프 구애에 맞대응[美대선 D-8]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 유권자들에게 ‘부의 증가’를 약속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생애 첫 주택 소유와 예비 창업자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기회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비전을 조정하고, 특히 흑인 남성을 위한 혜택을 강조했다. 해리스 선거 캠프는인 웹사이트는 “부를 쌓고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를 약속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업가들의 창업을 돕기 위해 최대 2만달러(약 2780만원)의 정부 대출을 탕감하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최대 2만5000달러(약 3470만원)의 계약금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흑인 미국인은 주택 소유자와 사업 소유주라는 두 범주 모두에서 대표성이 낮기 때문에 가장 큰 승자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리스 캠프는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분석을 인용, 첫 임기가 끝날 때까지 흑인 주택 구매자 수가 연간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달 초 흑인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더 브렉퍼스트 클럽’의 공동 진행자 샤를라마뉴 타 갓과의 행사에서 “나는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특정 커뮤니티에 존재하는 역사와 격차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으며 이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핵심 표밭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미 흑인들은 민주당에 강하게 기울어져 있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전 민주당 대선 후보들만큼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즈(NYT)·시에나가 이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흑인 남성의 해리스 지지율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 비해 1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블룸버그·모닝컨설트가 경합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해리스에 대한 흑인 남성의 지지율은 77%, 흑인 여성의 지지율은 88%로 집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들에게 팬데믹 이전이던 자신의 재임 시절 물가가 낮고 심리가 더 낙관적이었던 경제 상황을 내세웠다. 그는 또한 이민 단속 공약이 일자리에 대한 압박을 완화해 흑인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호황기에도, 불황기에도 인종적 부의 격차가 지속돼 왔기 때문에 표적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흑인 부의 증가를 강조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2019~2022년 흑인 가정의 재산은 평균 60% 이상 증가했다. 2022년 말 기준 흑인과 백인 가구의 부의 격차는 비율로 측정했을 때 20년 만에 가장 좁혀졌다.

하지만 단순히 금액으로 비교하면 3년 동안 격차가 약 5만달러 증가해 2022년 약 24만달러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흑인 가족은 처음부터 자산을 덜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 부의 주요 동력인 주택 소유에서도 흑인과 백인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6월 현재 미 백인은 74%가 집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흑인은 45%만 집을 갖고 있다. 1968년 차별 금지를 위한 공정주택법(FHA)이 통과된 이후에도 격차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부의 격차 규모와 지속성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역사적 노예 제도에 대한 배상과 같이 지금까지 제안된 어떤 것보다도 파격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윌리엄 샌디 다리티 듀크대학교 공공정책 교수는 “결론은 우리가 자산 증가를 위한 실질적인 자금 이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배상이라고 부르든 아니든,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흑인 미국인에게 직접 자원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샤를라마뉴 타 갓과의 행사에서 배상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밝힌 뒤, 중소기업, 주택 및 기타 제안에 초점을 맞춘 “즉각적 계획”을 강조했다.

대릭 해밀턴 뉴스쿨 경제학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이 투자와 자본을 흑인 미국인에게 집중함으로써 올바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흔히 흑인, 특히 흑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적 책임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갔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