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에 은행서 증권사로 옮겨?”…모레부터 퇴직연금 갈아타기 개시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이달 말 시작된다. 약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머니무브'를 기대하는 은행·증권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1일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개 중 37개사(적립금 기준 94.2%)에서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의 해지에 따른 비용과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변화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기존 상품을 매도하지 않아도 갈아탈 수 있어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이 최소화된다. 실물 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상품, 공모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다.

다만 실물이전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또 디폴트옵션 상품이나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에는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다.

보험사의 경우 대부분 실물이전 대상이 아닌 보험형 자산관리계약이 적립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은행과 증권사 간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 상품은 현물 이전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며 "결국에는 수익률을 앞세운 증권사들의 공격과 은행권의 방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당국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에 소비자 홍보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당부하고, 개시 초기 시스템 운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금융사들이 실물이전에서 제외되는 상품 등을 자세히 알려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시행 초기 전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영업점 교육에 힘쓰라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지에 대해 당분간 일일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가입자가 보유 상품의 실물 이전이 가능한지 미리 조회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는 각사가 유리한 실적을 홍보하며 활발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IRP 계좌에 가입하고 실물이전 사전 예약을 신청한 1만명(선착순)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준다. 기업은행도 오는 12월 20일까지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직연금 이전을 마친 고객과 IBK투자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매수 고객 등 2000명(추첨)에게 신세계상품권 1만원을 선물한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초기 가입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대응 TFT'를 구성했다. NH농협은행은 영업점 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타 기관 연금저축계좌 및 개인형IRP에서 NH농협은행 개인형IRP로 이전(실물이전 또는 계좌이체)완료한 고객 중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00명에게 스타벅스 디저트 세트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실물이전 상담을 신청하거나 실물이전을 한 고객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이중 은행권 적립규모는 210조2811억원, 증권사는 96조5328억원, 보험사는 93조265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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