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오리건주 투표함 화재…방화 가능성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밴쿠버에서 투표함에 화재가 발생했다.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워싱턴주의 한 투표함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투표용지가 소실됐다. 오리건주와 애리조나주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지역 방송 KATU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오전 4시께 워싱턴주 남서부 클라크카운티 밴쿠버의 투표함에 화재가 발생해 투표용지 수백 장이 훼손됐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투표함에서 연기와 함께 불이 나고 있었으며 투표함 옆에서 ‘수상한 장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렉 킴시 클라크카운티 감사관은 공무원들이 손상된 투표용지를 확인해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들에게 연락하고, 대체 투표용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킴시 감사관은 블룸버그에 “가슴이 아프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나 동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그는 전했다.

밴쿠버에서는 앞서 지난 8일에도 한 개 투표함에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클라크카운티는 하원 장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지역으로, 현직인 민주당 마리 글루센캄프 페레즈 의원에 공화당 조 켄트 후보가 도전하는 경합지다.

페레즈 의원은 “우리의 투표권은 모든 상황에서 보호돼야 한다”며 선거일까지 투표함을 보호하기 위해 ‘법 집행 기관’의 상주를 요청했다.

스티브 홉스 워싱턴주 주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며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려는 위협이나 폭력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건주와 애리조나주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0분께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2개의 투표함에 불이 났다.

보안 요원이 이를 발견하고 불을 껐으나 3장의 투표용지가 훼손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투표함에 ‘발화성 장치’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폐쇄회로(CC)TV 등으로 투표함에 정차하는 차량의 이미지가 포착돼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워싱턴주와 오리건주는 모두 우편 투표를 통해 투표하는 지역이다. 유권자는 선거일 몇 주 전에 투표용지를 받은 뒤 우편으로 다시 보내거나 곳곳에 설치된 투표함에 직접 넣는다.

수사당국은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두 사건을 적극 조사해 용의자를 파악할 예정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봉투에 있는 고유 식별 번호를 이용해 투표용지가 훼손된 유권자가 다시 투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도 우체국 옆에 있는 우체통에서 불이 나 안에 있던 투표용지가 일부 훼손됐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35세 남성을 기소했다. 다만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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