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 안에서도 ‘정년 연장’을 위한 움직임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감지된다. 다만 경영계에선 현재의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 확대와 생산성 감소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내달 5일 정년 연장을 주제로 회의를 열고, 중장년 계속 고용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엔 조경태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위원들이 참여하고 당 기획조정국이 발표를 맡는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정년 연장을 주제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찬성 응답이 50% 이상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현행 정년 60세를 최소 63세로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정년 연장과 관련한 다수의 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6건으로 모두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둘 이상의 자녀를 둔 근로자의 정년 이후 1년 이상의 재고용을 골자로 한 김위상 의원의 법안을 제외한 5건이 모두 ‘65세 이상’으로 정년 연장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강훈식 의원 안의 경우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다자녀 근로자’라는 단서를 달았다.
나머지 박홍배·박정·서영교·박해철 의원(법안 발의 순)이 각각 발의한 법안엔 인구 고령화와 연금개혁에 따른 연금 수급개시연령과 법적 퇴직연령 간 공백 해소 등을 이유로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향후 고령인구가 계속 증가해 2025년 전체 인구의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두 달 후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는 정부가 연금개혁의 일환으로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불이 붙었고, 행정안전부가 최근 부처와 소속 기관 근무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최대 만 65세로 연장하는 규정을 시행하면서 더욱 커졌다.
경영계에선 국내 기업 상당수가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특성상, 정년 연장 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노동시장 특성상 맡은 직무에 따른 임금 결정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에서도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정년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정년 연장 관련 제도 마련 필요성과 관련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년층과 일자리 충돌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면 문제가 되다 보니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경사노위에서 계속 고용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