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더 큰 문제는 내부의 적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반대파를 ‘내부의 적’으로 지칭했다.
앞서 13일에는 ‘급진 좌파’를 겨냥해 “내부의 적을 진압하는 데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미국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다소 과격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은 불과 8년 만에 그를 정치계의 거물로 부상시켰고, 세 차례의 대선 출마에서 그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2020년 재선에 실패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 다시 나와 경쟁자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비결은 ‘위브(weave·직조하다)’와 ‘분열적 수사’, ‘스펙터클(현란한 볼거리)’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회에서 과격하고 난폭한 표현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한다. 경쟁자를 ‘해충’이라고 부르거나 폭력을 암시하고, 영화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연쇄 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위대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자신이 말을 ‘위브’한다면서 무책임하게 횡설수설한 연설을 장시간 이어 간다.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텔레프롬프터가 필요 없는 대통령이 있어서 좋지 않냐”고 말했다. 청중 가운데 한 남성이 “위브를 하라”고 외치자 트럼프는 “위브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해리스는 내가 가는 길의 모든 것을 파괴한 열차 사고”라고 비난했다.
WSJ는 “트럼프는 분열적 수사와 코미디 본능으로 청중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지지자들은 몇 시간 일찍 도착하고 트럼프는 수년 동안 점점 더 길어지고 더 이상해진 연설로 충성도를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집회를 한 2015년 자신을 기부자들에게 아첨할 필요가 없는 '아웃사이더'로 지칭하면서 불법 이민을 비난했다. 두 달만에 지지자들은 "장벽을 쌓으라"고 외쳤고 당시 트럼프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격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와 의사당 폭동 선동 등 수많은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여전히 선거가 조작됐다는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해 집회에서 의사당을 습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트는가 하면, 정치적 반대자들을 가두겠다고 위협하며 지지자들을 계속 자극해 왔다.
또한 불법 이민자를 비하하고 경쟁자들을 "패자", "바보"라고 지칭한다.
"트럼프는 항상 거칠었지만 집회에서 그의 수사는 점점 더 뻔뻔하고 충격적으로 변했다"고 WSJ는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 지지자들도 막말을 뱉어 역풍을 일으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등장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언급했다.
억만장자 사업가 그랜트 카던은 "해리스와 그녀를 움직이는 포주들이 미국을 망칠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을 성매매 여성으로 비유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데이비드 렘은 해리스 부통령을 '악마'와 '적그리스도'로 불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1939년 매디슨스퀘어가든 집회를 재연하고 있다"며 "미국의 네오나치(신나치), 파시스트들이 독일에서 볼 수 있던 유형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날을 세우면서도 언론의 관심을 즐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는 행사장 뒤편에 있는 수백 명의 기자들을 가리키며 "가짜 뉴스가 많다"고 말한 뒤 "저거 봐라. 기록이 될 것"이라고 했고, 청중들은 웃었다.
앞서 23일 조지아 집회에서는 대형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오늘 밤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농담을 했다.
그런 다음 지난 7월 암살 시도 당시 봤던 이민 차트를 보여 주면서 "나는 이 차트와 함께 잠을 잔다. 매일 밤 침대에 가져 가서 키스한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차트를 보려고 고개를 돌려 큰 부상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시간주 집회에서 여성들에게 연인을 투표장으로 데려가라고 촉구하며 "그에게 소파에서 일어나라고 해라. 이 멍청한 놈아, 소파에서 일어나. 우리는 대통령에게 투표할 거야,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거야"라고 했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농담과 스펙터클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 특히 진보주의자들에게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은 웃을 일이 아니다"라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