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보조금 철폐’ 트럼프 리스크에 車·鐵·2차전지株 흔들…“내년 섹터별 차별적 장세” 왜? [투자360]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엿새 앞으로 다가 온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코스피 주요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관세 인상’과 ‘보조금 축소’란 정책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자동차, 철강, 2차전지 등 한국 경제 주력 섹터의 대표주 주가 변동성이 극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자동차, 철강, 2차전지 대표주의 주가 흐름은 10월 들어 한풀 꺾인 모양새가 뚜렷한 상황이다.

전날 종가 기준 자동차 섹터 대표주 현대차, 기아의 이달 수익률은 각각 -8.2%, -6.21%에 그쳤다. 철강 섹터에서도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의 같은 기간 수익률이 각각 -10%, -7.89%로 뚜렷한 약세를 보였고, 2차전지 섹터에서도 LG화학(-10.66%), 삼성SDI(-9.11%), LG에너지솔루션(-1.33%) 등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업황 둔화 전망이 자동차주에 대한 투심 약화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철강주의 경우엔 건설 경기 회복 지연과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발(發) 가격 하락세 등에 따른 3분기 ‘어닝 쇼크’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고, 2차전지주는 여전히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주원료 리튬 가격 문제로 이익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이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 중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9월엔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주가 회복 등 호재에 힘입어 철강·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주가 반등세가 뚜렷했지만, 10월 들어 동력을 이어가지 못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10월 들어 자동차·철강·2차전지 섹터가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난관으로는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가 꼽힌다. 미 여론조사 집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 이달 초까진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49.3%)이 트럼프 전 대통령(47.3%)을 2%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지난 26일(트럼프 48.4% vs 해리스 48.3%)을 기점으로 상황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7개 경합주 여론조사 평균치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0.9%포인트나 앞서며 ‘전승(全勝)’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탄생할 경우 ‘관세 인상’을 통한 미 무역적자 해소 움직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단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은 자동차, 철강 섹터에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단 분석도 오래 전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에 처한 철강 업계는 보편 관세가 도입되면 수출 비용 증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2차전지 섹터의 경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에 대해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경고도 있다.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완성차주는 물론, 배터리 생산 원료를 공급하는 2차전지주의 타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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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10월 들어 미 대선판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관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미 정책 리스크의 영향을 받는 섹터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경향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투심 약화에 덧붙여 4분기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자동차, 철강, 2차전지주의 단기 주가 전망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국내 증권가에선 자동차 섹터 대표주 현대차에 대한 목표주가를 미래에셋증권(38만5000→36만원), LS증권(38만→36만원), 다올투자증권(37만→35만원), 키움증권(37만→34만원), 삼성증권(36만→34만원), 한국투자증권(31만→29만원) 등으로 연이어 하향 조정한 게 대표적 사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미국 시장의 비수기 진입과 더불어 기타 신흥 시장의 부진도 전망된다”고 짚었고,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주요 경쟁사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현대차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를 하락시킨 측면도 있다”고 평했다.

현대자동차가 1967년 회사 창립 이후 57년 만에 전체 누적 생산 1억대를 돌파를 발표한 지난 달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차가 생산하는 다양한 차종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는 창립 1년 만인 1968년 울산 조립공장에서 1호 차량 '코티나' 생산을 시작으로 이날 1억대 생산을 기록했다. [연합]

철강주의 경우 올해 연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에 대한 2024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평균)는 각각 전년 대비 -14.26%인 3조279억원, -58.05%인 3349억원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석달 전 대비 각각 4.75%, 33.75%씩 내려 잡은 수준이다.

2차전지주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도 밝지 만은 않다. 하나증권과 DS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가에서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로 읽히는 경향이 있다. iM증권은 목표주가는 51만원에서 5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4분기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액 4250억원을 반영해도 영업손실 12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고,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요 고객사의 재고조정이 4분기까지 이어지며 실적의 구조적 반등 시점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 전망과 달리, 내년 이후 중장기적 투자 전망의 경우엔 종목별 펀더멘털을 고려해 주가 흐름이 차별화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평가는 후하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이익 체력을 감안할 때 2026년까지 약 15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협업 확대와 구도 재편 과정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 강화가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봤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완료 후 주주 환원 여력이 커진 점도 가치 재평가에 긍정적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의 경우에도 ▷세그먼트 대형화와 브랜드 가치 강화 등 마진 확대 ▷원/달러 환율 재상승 따른 견조한 실적 등 호재가 주가에 긍정적 모멘텀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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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주의 반등 모멘텀은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후 어닝콜에서 내년도 전기차 판매량 증가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캐즘(Chasm)’ 등 역성장 우려를 덜었단 게 긍정적 재료란 것이다.

트럼프발(發) 정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하에 따른 전기차 판매 증가 기대가 배터리 수요 증가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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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주에 대해선 좀 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직후 중국 철광석과 철강 가격이 단기간에 상향 조정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국 철강 시장의 ‘바닥’이 확인될 경우 포스코홀딩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제철에 대해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수 건설 업황 개선을 통한 철근 수요의 회복과 중국 부동산 부양책과 철강 감산 정책에 따른 저가 수입 물량 축소”가 실적 및 주가 개선의 선제 조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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