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 나가”…印 소비자 사로잡은 삼성·LG, ‘K-가전’ 열풍 계속된다 [헬로인디아]

인도 델리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일렉트로닉 파라다이스’에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가 진열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에서 ‘K-가전’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양사 모두 현지에서 ‘프리미엄 국민 가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인도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과 시장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주요 제품군에서 톱티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여기에 높아진 브랜드 위상에 걸맞은 사회 공헌 활동을 기반으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인도 가전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지난 1997년 노이다에 인도 법인을 설립, 올해로 인도 진출 27년차를 맞았다. 특히 판매·생산법인·R&D(연구·개발)센터까지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하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LG전자 제품의 흥행 요인은 단연 ‘현지화’가 꼽힌다. LG전자는 꽃무늬 디자인이 적용된 냉장고, 대형 사이즈의 파티 스피커, 업계 유일 ‘광파’ 기능을 적용한 전자레인지와 전력 공급이 끊겨도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 쥐 퇴치 기술이 탑재된 세탁기 등 인도의 기후 조건과 전력 인프라 사정, 영화음악을 즐기는 생활문화 등을 고려해 현지 특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구매부터 상담, 배송, 설치, 수리, 유지 보수까지 직접 챙기는 한 차원 높은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델리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일렉트로닉 파라다이스’에 LG전자 꽃무늬 싱글도어 냉장고, 파티 스피커 제품이 진열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올레드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주요 가전제품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전자는 인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서 64.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자레인지 부문에서도 40% 이상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고, 올해 1분기 기준 100만대 판매기록을 달성한 에어컨 부문 역시 31%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뭄바이, 델리 등 인도 주요 도시에 있는 가전 매장에서도 LG전자 제품은 경쟁사 제품 대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방문객들의 눈길이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메인 구역에 배치되는 등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제품군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회사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연 매출은 지난 2018년 2조4703억원에서 지난해 3조3009억원으로 5년 새 33.6% 늘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 2조869억원의 매출을 기록, 사상 첫 연 매출 4조원 돌파 가능성을 높였다.

인도 델리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일렉트로닉 파라다이스’에 LG전자 QNED TV가 진열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한 신시장 공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LG전자는 인도의 에듀테크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인구 1위 국가로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는 지난 2015년부터 ‘디지털 인도’ 정책을 실시하며, 공공기관 및 학교와 협력해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도 내에 공급된 전자칠판은 연평균 약 80%씩 늘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변화 속도에 맞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인도 오디샤주 내 공립 고등학교 2900여 곳에 ‘LG 전자칠판’ 1만여 대를 공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7년부터 시작한 시각장애인 무료 개안수술 지원 캠페인 ‘카레이 로시니’를 시행 중이다.

인도 가전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LG전자는 인도법인의 현지 상장(IPO)도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9월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도법인 상장은) 고려할 수 있는, 많은 옵션 가운데 하나”라며 IPO 가능성을 열어뒀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인도법인 상장을 통해 최소 5억 달러(약 7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도 델리 고속도로에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6’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삼성전자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공장을 비롯해 주요 거점별 연구소를 운영, 인도 소비자들을 위한 현지 특화 제품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995년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삼성전자는 1996년 노이다에 첫 공장 설립을 기점으로 현재 구루그람에 판매 법인, 노이다와 첸나이에 각각 1개의 공장, 노이다와 방갈로르에 3개의 연구소, 노이다에 1개의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과 영업, R&D, 제조 등 각 분야 현지 인력만 1만8000여 명이며 20만 개가 넘는 리테일 스토어와 3000개의 A/S 센터를 비롯해 방갈로르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 ‘삼성 오페라 하우스’(2018년), 뭄바이 ‘삼성 BKC 스토어’(2024년) 등 대규모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관해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델리 플래그십스토어 내부. [삼성전자 제공]

또한 삼성전자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제품들을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분야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8%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또한 같은 해 21% 시장점유율로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인도 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삼성전자 역시 인도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현지 특화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커드(수제 요거트)를 좋아하는 인도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발효 기능을 개선한 냉장고, 집에서 손쉽게 피클을 만들 수 있는 피클 모드 전자레인지, 힌디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적용한 인공지능(AI)세탁기 등이 대표 적이다.

인도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노이다와 벵갈루루, 델리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완성된다. 이들 연구소는 인도 현지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 본사와도 긴밀하게 협업하며 삼성전자 주력 제품의 핵심 기능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최근 벵갈루루 연구소는 현지 대학들과 협력해 인도인 약 6억 명이 사용하는 대표 언어 ‘힌디어’를 갤럭시 AI에 접목한 것 역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 인도 방갈루르 연구소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사회공헌과 연계한 산학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방갈로르 연구소에서는 인도의 약 60개 대학, 5000명의 학생에게 산학 협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4개 대학에 SIC(Samsung Innovation Campus)를 CSR 활동의 일환으로 설립해 젊은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르쳐 취업을 돕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현지 특화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적극 나서 인도 시장 지배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