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약관대출의 증가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10월 생보사의 약관대출 금리(금리확정형·금리연동형) 평균은 연 5.09%으로 4%대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올해 6월 기준 평균 금리 5.11%, 1월 평균 금리 5.29%와 비교하면 크게 내려앉은 수치다. 금리연동형만 놓고 봤을 때는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4%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 규모는 불경기 여파와 맞물려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약관대출 잔액은 104조8261억원으로 작년 동기 102조8554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약관대출 수요는 더욱 몰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보장은 유지하되 보험계약의 해지환급금 일부(50~95%)를 빌려 쓰는 대출이다. 해지환급금이라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각종 증빙 서류가 필요한 은행권 대출에 비해 쉽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대출 방법이 간편한 만큼 경제 침체 시 자금줄이 막힌 가입자가 손쉽게 접근해 ‘불황형 대출’, ‘급전 창구’로도 불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특성도 보험계약대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DSR은 대출 차주의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대출자가 한 해 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DSR 상한선 규제가 적용되는 은행 대출 등의 경우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한도가 축소되는 구조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조이기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수요가 더욱 몰릴 것으로 예측된다. 시중은행에 이어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늘자 2금융권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022년 10월 이후 매달 감소하다 올 8월 5000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은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의 약관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점점 늘고 있다”며 “가계대출 억제 분위기 속에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상승세인 데 반해 약관대출 금리는 하락세라 풍선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황 속 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약관대출 창구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한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급전 수단으로 약관대출을 받는데 금리가 너무 높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라며 “돈 빌릴 데가 없어 아예 보험을 해지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