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상 일행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28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한러시아 특명전권대사가 배웅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러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오는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찾을 예정이다. 이번 모스크바 방문에서 최 외무상은 러시아 당국자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30일 이같은 일정을 공개했다. 다만 최 외무상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하는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최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1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는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여성포럼 및 브릭스 여성포럼에 참석하는 길에 모스크바를 들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다.
최 외무상이 한 달여 만에 다시 러시아를 찾은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러 관계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만큼 최 외무상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 센터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최 외무상의 방러 목적 중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북한과 러시아의 입장을 조율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엔 안보리는 30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에 대해 회의를 연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유엔 안보리 회의 안건이 북한과 러시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북러가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군을 파병한 대가로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한 첨단 군사 기술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고위급 채널을 통한 추가 파병, 반대급부 등 후속 협의를 했던 것으로 본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설을 부인해오다 미국과 나토 등 서방에서도 관련 사실을 확인하자 '모호한 입장'을 내놓는 식으로 태도를 달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북한군 파병설을 언급하면서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에 추가로 더 말할 게 없다"고 답했다.
한편 최 외무상이 러시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협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6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모스크바 방문을 초대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락했다. 크렘린궁은 최근 "가까운 이웃 국가들은 고위급과 최고위급의 방문을 지속해서 교환한다"며 김 위원장의 내년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 외무상은 두 정상이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비준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이 조약에 대해 하원 비준까지 마쳤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 외무상의 방문은 전략적 대화의 틀에서 진행된다"며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대화의 활성화에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시 체결된 새 조약의 정신과 형식에 맞게 쌍방이 고위급 외교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외무성 담당부상들과 산하 단위 책임자들 간에도 쌍무관계 및 국제정치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협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