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검은색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고강도 공격을 이어가면서 사상자와 이재민이 급증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인용한 레바논 보건부 잠정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바알베크-헤르멜, 베카 등 레바논 동부 지역 여러 도시와 마을에서 60명 이상이 사망하고 58명이 부상했다.
바알베크-헤르멜 주지사인 바치르 코드르는 “(이스라엘의) 침략이 시작된 이래 바알베크에 대한 공격이 가장 맹렬했던 날”이라고 말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에도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져 최소 7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과 레바논 민방위대가 공개한 영상에는 건물들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주택들이 광범위하게 파괴된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티레 내 일부 지역에 대피 명령을 내린 뒤 이날 폭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 아비하이 아드라이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여러 헤즈볼라 군부대의 무기와 대전차 미사일 창고, 군사용 건물, 정찰 부지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를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레바논을 침공하고 고강도 폭격을 가하고 있다.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이로 인해 10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2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북부에서도 지상작전을 재개하고 거센 공격을 퍼붓고 있다.
로이터·AP통신은 가자지구 보건부 등을 인용해 29일 오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공격으로 5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실종자를 포함해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당국에 따르면 자발리아, 베이트라히야, 베이트하눈 등에 이스라엘군이 집중 포격을 가했으며, 이 여파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달 들어서만 1000여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민방위국 공보담당자인 마흐무드 바살은 이스라엘군이 의료진이나 가자 민방위대의 접근을 막고 있다며 “가자지구 북부에서 폭격을 당하고 있는 이들은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사람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이 확인된 이들 외에도 많은 시신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나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다며 “대량학살과 직접폭격을 당하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 시민들을 돕기 위해 국제기구와 기관들이 인도주의적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카말 아드완 병원은 지난주에 이스라엘군이 이 병원 의료진 거의 모두를 구금하거나 추방한 탓에 진료 마비 상태에 빠졌다. 현재 이 병원에 남아 있는 전문의는 소아과 의사 1명뿐이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병원에 외과수술팀을 신속히 파견토록 국제기구들에 요청한다며 “외과수술 기술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 이 병원에 합류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현 상황에 대해 “가자지구 북부 주민 전체가 사망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표현했다.
OCHA 인도주의업무 담당 사무차장 대행 겸 긴급구호조정관 대행을 맡고 있는 조이스 음수야 OCHA 사무차장보는 성명에서 “포위당한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이 저지르고 있는 일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며 “기본적 인간성과 전시국제법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