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올리고 지출 줄이고”…미국은 잘나가는데 유럽은 왜 이러나 [디브리핑]

유로화 동전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경제 강국들이 성장세 둔화와 부채 급증에 직면해 내년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3분기에도 강력한 성장률을 내며 연착륙을 넘어 성장세가 지속되는 ‘노랜딩(무착륙)’이 전망되는 미국 경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10.7% 증가한 반면, 프랑스는 3.7%, 영국 2.9%, 독일은 0.2% 증가에 그쳤다. 이번 달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전체 실질 GDP 성장률이 미국은 2.8%, 유로존은 0.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이날 연간 400억파운드(약 71조5000억원) 규모의 증세 방안을 공개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의회에서 “공공 재정의 안정을 복구하고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세금 인상은 대부분 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내년 4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부터 기업이 부담하는 근로자의 의료보험·연금 등 국민보험(NI)의 부담금이 급여액의 13.8%에서 15%로 1.2%포인트 인상된다. 이를 통해 연 250억파운드(44조8000억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프랑스는 이번 달 역대급 긴축에 나섰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413억유로(약 60조9600억원) 수준의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한편, 대기업·부유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인상해 193억유로(약 28조5000억원)가량 추가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하로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정부는 EU의 적자 한도 3%를 준수하기 위해선 공공 지출 삭감을 2029년까지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6.1%로 추산된다.

30일(현지시간) 독일 폭스바겐 공장 근처에서 한 사람이 짐을 챙기고 나가고 있다. [로이터]

독일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전문가 예측치(-0.1%)를 웃돌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WP는 “위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이 특히 독일 경제를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2위의 자동차 제조업체이자 독일의 국민차인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 부진으로 최근 1939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3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 내 공장의 폐쇄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 위헌 결정 이후 운용 폭이 좁아진 국가재정을 경기부양에 최대한 투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 최고법원은 팬데믹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배정된 650억달러를 기후 프로젝트에 재할당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7월에 발표한 예산 초안에서 전체 지출을 1.6% 줄여 총 481억유로(약 71조9600억원)로 책정했다. 예산안과 함께 발표된 경제 개혁 방안에는 기업 투자 촉진,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노동 시장 재진입 및 근로 시간 연장 장려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조치들이 연립정부의 인기 하락과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에 충분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 산업연합(BDI)을 비롯한 경제계에서는 이번 조치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 요인을 강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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