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동부와 남부에 내린 폭우로 침수된 도로에 자동차들이 뒤엉켜 있다. [AP=연합]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스페인에 29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한 달 치 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소 63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동부와 남부에 내린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고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발렌시아 구조 당국은 30일 아침 사망자를 51명으로 발표했다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63명으로 수정했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발렌시아에 이르는 남동부 지역에는 29일 하루 동안 한 달 치 이상의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스페인 기상청은 일부 지역에서 2시간 만에 1㎡당 150∼200ℓ의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나 되는 양이 하루 만에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로 이 지역 수십 개의 마을이 침수됐으며 열차 탈선 등 사고가 잇따랐다.
안달루시아에서는 276명의 승객을 태운 고속 열차가 탈선했고, 마드리드와 발렌시아간 고속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스페인 공항 운영사 아에나는 발렌시아 공항에 착륙 예정이었던 항공편 12편이 다른 공항으로 우회했고 이 공항 출발·도착인 10개 항공편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발렌시아시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스포츠 행사를 취소했으며 공원을 폐쇄했다. 안달루시아의 알로라에서는 강이 범람해 구조대가 헬리콥터로 사람들을 구조했다.
이번 폭우는 스페인 남동부를 가로지른 한랭 전선으로 갑작스럽게 기온이 내려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발렌시아에는 협곡과 작은 하천들이 많아 평소엔 대부분 건조하지만, 한 번 비가 심하게 쏟아지면 물이 금방 차오른다. 이런 하천 중 상당수가 인구 밀집 지역을 통과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 기상청은 이날 현재 비는 그쳤지만 31일까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폭우에 따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가운데 유럽 각국도 스페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근 포르투갈의 루이스 몬테네그로 총리는 엑스에 “스페인 국민과의 연대”를 표명하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참혹하다”며 “EU 차원의 구조 지원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