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식탁에 마약 떡하니…‘경찰관 추락사’ 모임 주도자 징역 4년 6개월 확정

지난달 마약 모임에 참석한 경찰관이 추락해 숨진 사건 관련 마약모임 장소를 제공하고 모임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아파트 세입자 정모(45)씨(왼쪽)와 대기업 직원 이모(31)씨가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경찰관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모임을 주도하고 마약을 제공한 30대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31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와 정모(46)씨에게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씨와 정 씨는 지난해 8월 자신들의 생일을 앞두고 정 씨의 집에서 생일파티를 기획하고 2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엑스터시, 케타민, 대마와 신종 합성마약 2종 등을 제공·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은 다음날 새벽 현직 경찰관 A씨가 추락사 하면서 알려졌다.

수사 결과 이 씨는 생일파티를 위해 마약상으로부터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구입했으며 모임 당일 부엌 식탁 위에 이를 올려두어 참여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참석자, 모임 장소에서 검출된 모든 마약류를 제공했다고 보고 이 씨에게는 징역 5년, B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자신이 구매한 것은 엑스터시와 케타민으로 합성마약은 자신이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경찰관 A씨가 신종 합성마약을 가져왔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A씨의 주거지에서 신종 합성마약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이같은 주장을 배척하고 합성마약 소지·제공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이 매수·소지 및 제공한 엑스터시와 케타민에 다른 성분이 혼합돼 있었을 가능성이나 위험성에 대해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합성마약 제공 고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합성마약 제공에 대해 무죄로 판단해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외 다른 사람이 합성마약을 포함한 마약류를 반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매수한 마약에 합성마약 성분이 포함돼 모임에 제공된 것이 사실이라 해도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마약류는 고가인데다 단가의 차이도 크다. 마약의 종류가 특정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다른 마약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며 “신종 마약성분이 엑스터시와 케타민에 섞여있거나 묻어있을 것이라 인식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소위 마약파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모임을 계획하고 주최했다. 20여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마약류를 제공해 손쉽게 마약류를 접할 빌미를 제공했다”며 “피고인들이ㅡ 범행은 실제로 마약류 확산을 초래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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