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유상증자’…고려아연 둘러싼 IB 경쟁 과했나[주간 '딜'리버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투자은행(IB) 업계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파생된 일감 찾기에 몰두했던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최윤범 회장이 주도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수임했는데 금융감독원에서 부정거래 의혹을 제기한 탓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 측에서 잡음 없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마친 NH투자증권만 유의미한 트랙레코드를 쌓은 모습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관여한 금융회사는 8곳 정도다. 지난해부터 상장사 공개매수 주관 시장을 선점한 NH투자증권은 MBK와 영풍으로부터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딜을 수임하는 동시에 인수금융을 패키지로 제공하며 IB 수익을 끌어올렸다.

고려아연 분쟁 초기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회장과 최 회장 사이 친분이 부각되며 대항 공개매수를 이끌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기업어음(CP) 발행 주관, 최 회장 백기사인 베인캐피탈 인수금융 주선 정도에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 회장이 이끈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동시에 2조5009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모집주선인 자격을 부여받았다. 해당 딜에는 KB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조력 중이다. 초대형 IB는 물론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도 최 회장과 고려아연에 차입금을 제공하며 수익 기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금감원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두고 처음 공식 의견을 표명하면서 IB 사이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금감원 사정권에 포착된 IB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주선한 미래에셋증권이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대금 약 2조800억원을 결제한 지 2영업일 만에 2조5009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점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3조1000억원에 달하는 단기차입을 일으켰는데 이 중 2조3000억원은 유상증자로 상환할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공개매수 신고서에 이같은 유상증자 계획을 누락한 점이다. 고의성이 발견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간주돼 과징금 부과는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결국 미래에셋증권과 고려아연은 유상증자의 경우 공개매수 이후 ‘사후적’으로 세운 계획이라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 다만 2영업일밖에 안되는 시간 동안 2조5009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 형태 대규모 신주 발행을 계획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빈약할 수 있다. 이미 유상증자 신고서에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10월 14일부터 실사를 했다고 기재한 상태다.

금감원이 고려아연에 경계 수위를 높이면서 최 회장과 대적하는 MBK와 영풍 연합은 유리한 고지에 섰다. 앞서 이들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MBK 측은 법원에 2차례 공개매수 절차를 중단하는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진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이 선관주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물론 여론과 고려아연 주주까지 모두 최 회장 의사결정에 의구심을 품고 있어 MBK 측 영향력은 확대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면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번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한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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