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국민 5명 중 1명은 ‘갤럭시’…삼성전자, 5G폰 시장서도 ‘톱티어’ [헬로 인디아]

인도 델리 고속도로에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6’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델리=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국민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보급형부터 5G 플래그십 스마트폰까지 인도 현지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로 인도 진출 28년 차를 맞는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공장을 비롯해 주요 거점별 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인도 소비자들을 위한 현지 특화 제품으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지난 1995년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1996년 북부 지역 산업도시인 노이다에 첫 공장을 설립했다. 이를 기점으로 현재 구루그람에 판매 법인을 비롯해 노이다와 첸나이에 각각 1개 공장, 노이다와 방갈로르에 3개의 연구소, 노이다에 1개의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 판매부터 연구개발(R&D)을 아우르는 통합 경영 시스템을 인도에 구축했다.

마케팅과 영업, R&D, 제조 등 각 분야 현지 고용 인력만 1만8000여 명이 넘는다. 아울러 20만 개가 넘는 리테일 스토어와 3000개의 A/S 센터를 비롯해 방갈로르에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 ‘삼성 오페라 하우스’(2018년), 뭄바이 ‘삼성 BKC 스토어’(2024년) 등 대규모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관해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델리 플래그십스토어 내부.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단연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제품들을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스마트폰 분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8%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또한 같은 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1%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현지에서 갤럭시 브랜드의 위상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실제 최근 인도 수도인 델리와 뭄바이 등 주요 도시를 직접 가보니 고속도로, 공항, 대형 쇼핑몰 등 주요 시설마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6’를 홍보하는 초대형 광고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현지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요인으로는 ‘생산 기지화 전략’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이다 공장은 1996년 설립된 삼성전자의 첫 인도 생산시설로, 초기에는 현지 업체와 합작해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생산기지’로 탈바꿈했다. 삼성전자의 연 스마트폰 출하량 3억 대의 30% 수준인 1억2000만대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노이다와 첸나이에 각각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특히 1995년 인도 비디오콘과 합작으로 설립, 2002년 지분 100%를 사들여 법인으로 전환한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수출기지로 꼽힌다.

설립 초기 TV 생산을 시작으로, 모니터·냉장고 등을 생산하며 외형을 확장한 노이다 공장은 2007년부터 휴대전화에 이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인도 휴대전화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2018년부터 핵심 생산기지로 탈바꿈한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3억대)의 30% 수준인 1억2000만대를 생산한다. 지난해 기준 노이다 공장의 스마트폰 누적 생산량은 6억5000만대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판매 중인 ‘인공지능(AI) TV’ 옆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외에도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 분야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인도 TV시장에서 2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군의 고른 선전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매출액 연간 600만달러 규모에서 현재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매출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인도 시장 성공 요인으로 ‘현지화 전략’과 ‘고객 소통 마케팅’을 꼽는다. 삼성전자는 커드(수제 요거트)를 좋아하는 인도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발효 기능을 개선한 냉장고, 집에서 손쉽게 피클을 만들 수 있는 피클 모드 전자레인지, 힌디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적용한 인공지능(AI) 세탁기 등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현지 특화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인도 시장을 겨냥한 각종 특화 기능도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갤럭시 AI에 힌디어를 추가해 20개 이상의 지역 방언과 구어체를 반영했다. 이 외에도 SIM카드가 네트워크를 잡지 못해도 두 번째 SIM카드를 사용해 전화 수신,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오토 데이터 스위칭’ 기능 역시 현지 소비자들을 겨냥한 안성맞춤 기술로 꼽힌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뉴델리와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등 인도 주요 도시에 프리미엄 스토어를 잇따라 오픈하고 이를 통해 인도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연결된 에코시스템도 선보이는 등 현지 고객과의 소통 접점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한편 인도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기술 원동력에는 노이다와 벵갈루루, 델리에 위치한 연구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연구소는 인도 현지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 본사와도 긴밀하게 협업하며 삼성전자 주력 제품의 핵심 기능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최근 벵갈루루 연구소가 현지 대학들과 협력해 인도인 약 6억 명이 사용하는 대표 언어 ‘힌디어’를 갤럭시 AI에 접목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 인도 방갈루르 연구소 전경.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96년 설립돼 28년째 운영 중인 방갈로르 연구소는 정규 엔지니어 3100여 명, 연구소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모두 인도 현지인으로 구성, 삼성전자 해외 연구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갖췄다.

매년 250여 개의 A1급 특허를 출원하는 등 삼성의 미국 연구소와 더불어 특허 및 논문의 가장 큰 출처다. 특히 삼성의 신규 산업(6G·AI 등)에도 강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지속 참여하고 있다.

이어 2002년 노이다 공장 내 R&D 센터로 설립된 델리 연구소는 1700여 명의 인력들이 TV 상품화 소프트웨어(SW)부터, TV 외 각종 시스템 SW 및 생활가전 SW, 광고서비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의 연구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07년 설립된 노이다 연구소는 현재 2000여 명의 연구 개발 인력이 서남아와 북미 지역으로 출시되는 모바일 단말기 개발, 탑재 서비스 및 기능 개발에 주력하며 글로벌 R&D 센터로 성장하고 있다.

사회공헌과 연계한 산학협력도 인도 시장 성공의 숨은 공신으로 평가된다. 방갈로르 연구소에서는 인도의 약 60개 대학, 5000명의 학생에게 산학 협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CSR(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 일환으로 4개 대학에 SIC(Samsung Innovation Campus)를 직접 설립해, 젊은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르치며 취업을 돕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 현지 특화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적극 나서 시장 지배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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