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지는 MG손보 매각…“대안이 없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MG손해보험 매각 절차가 또다시 난항에 빠졌다. 인수를 검토하겠다던 기업은행도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선회하며 시장에선 청산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MG손보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지난달 30일에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현재는 일정이 잠정 미뤄진 상태다. 예보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MG손보 매각에 대한 다양한 지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MG손보를 메리츠화재에 특혜 매각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MG손보 매각의 수의계약 대상으로 메리츠화재가 유력하다고 언급하며, 기한 연장 등을 근거로 금융위원회가 메리츠화재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국감에서는 국책은행이 공동출자해 MG손보를 인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메리츠화재와 경쟁을 벌이는 데일리파트너스가 기업은행을 전략적투자자(SI)로 확보한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당시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부실금융기관 정리를 통해 시장 안정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번 논의해보겠다”며 인수 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결론을 내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검토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현실적으로 MG손보 인수를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MG손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손해보험업에 진출해야 하고, 최소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자금을 투입한다면 또 한번의 혈세 낭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시기만 미뤄질 뿐 대안은 없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보와 메리츠화재도 국감에서의 지적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논란을 예상했음에도 인수 의지가 있는 메리츠화재가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MG손보 매각 절차가 지연되면 향후 큰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관건은 메리츠화재와 금융위가 MG손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어느 정도로 협의할 건지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메리츠화재 특혜 의혹은 재차 부인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관련 법이 정하는 절차와 원칙, 기준에 따라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특혜는 전혀 없으며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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