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이 공개한 북한군 추정 인물 영상.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남성이 북한 억양 한국어로 말하고 있다. [X]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첫 교전을 치렀으나 대부분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생존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borsch2002)은 “북한군의 쿠르스크 투입 결과”라며 병실에 누워 있는 남성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남성은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한국어로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그는 스스로를 “쿠르스크 교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라고 소개하며 “러시아군은 저희가 방호시설들에만 (있는 한) 급습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로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이 공개한 북한군 추정 인물 영상.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남성이 북한 억양 한국어로 말하고 있다. [X] |
이어 “그러나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교전에서 무작정 공격전에 참가하도록 강요했다"며 "공격 전에 아무런 정찰도 하지 않고 저희들을 건사할 무기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대 인원이 40명이었는데 제 친구들인 혁철이와 경환이를 비롯하여 모두 전사했다”면서 “저는 시체 밑에 숨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 전우들이 일개 사료로 이용되어 모두 희생된 것"이라며 "내 눈으로 산처럼 쌓여있는 러시아 병사들의 시체들과 파괴된 방어 진지를 보았다. 푸틴은 이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영상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군을 활용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심리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는 북한군 추정 영상에 대해 친러시아 측에는 북러 간의 군사 협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친우크라이나 측에는 북한군 파병 소식을 퍼트려 서방 세계의 지원을 이끌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지난달 28일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10월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 내가 알기로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반박하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러시아에 붙잡힌 우크라이나 포로와 교환할 자원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군 병력도 우크라이나인과 교환할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