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채권혼합형 ETF’를 따박따박 모으는 스마트 개미들이 늘고 있어요. 70%로 제한된 주식 투자 비중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묘수’를 아는 거죠.”
최근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 시행으로 금융사 이동이 쉬워지면서,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퇴직연금은 적립금의 최소 30%를 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제약이 있는 만큼, 재테크족 사이에선 안전자산을 채우는 다양한 전략이 공유되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해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 자산의 투자를 70%까지만 허용한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주식과 채권’을 함께 묶은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한 ‘꿀팁’이 입소문을 타 인기몰이 중이다. 이 ETF를 잘 활용하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79%까지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스마트 연금개미들은 장기간 성장성이 유망한 미국 성장주와 안정적인 국고채 등을 묶어 담은 채권혼합형 ETF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IRP 계좌에서 주식 비중을 극대화하려는 연금 개미들을 위한 투자 전략을 소개한다.
▶채권혼합형 ETF, 2년 새 4.5배 성장=1일 헤럴드경제가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퇴직연금(DC형·IRP) 계좌 내 채권혼합형 ETF 잔고 규모를 살펴본 결과(지난달 25일 기준), 최근 2년 사이 약 4.5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만 해도 1000억원(973억원)을 밑돌던 잔고는 현재 4339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주식 비중을 극대화하려는 운용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계좌의 최소 30%를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는데 이때 채권혼합형 ETF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안전자산에는 예금, 증권사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RP(환매조건부채권), 국채증권 등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채권형 펀드 등 투자 위험을 낮춘 상품이 해당된다. 만일 주식 30%·채권 70%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한다면, 이론상 전체 적립금의 79%까지 주식에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실제 증권사를 통해 개인 고객 매매 동향을 분석해보니 단타보다는 계속 꾸준히 적립식으로 쌓아가는 흐름이 포착된다”며 “올 들어 ETF 선택지도 많이 늘어난 데다 개인이 직접 굴리려는 투자 수요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 “안전자산도 美성장주로 채울래요”=그렇다면 스마트 연금 개미들은 어떤 ETF를 적극 활용하고 있을까. 본지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퇴직연금 내 채권혼합형 ETF 잔고 상위권을 살펴본 결과, 미국 성장주를 테마로 한 상품들이 대다수였다.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 상품은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였다. 테슬라 주식에 30%, 나머지 70%는 국내 채권에 투자하여 하락장에서 방어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는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였다. 엔비디아 주식(비중 32%)과 채권을 섞은 ETF로는 국내 유일한 상품이다. 올해 수익률만 46%에 달해 기존 채권형 ETF들보다 훨씬 높다.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제한된 연금 계좌에서도 엔비디아를 최대로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빅테크 주식 비중을 극대화한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TIGER 미국테크TOP10채권혼합’은 국내 최초 주식에 50%까지 투자 가능한 채권혼합형 ETF다. 지난해 11월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채권혼합형 ETF가 편입 가능한 주식 비중이 최대 40%에서 50%로 커지면서 출시된 상품이다. 이 밖에도 ▷KODEX TRF3070 ▷TIGER 미국나스닥100TR채권혼합Fn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성장주를 담은 채권혼합형 상품은 장기 투자에도 최적화된 상품이라고 말한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미 빅테크를 활용한 채권혼합형 ETF는 상승장에서는 개별 종목 성장 수혜를 받는 한편, 하락장에서는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싶다면 S&P500이나 나스닥100 채권혼합 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