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가운데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3일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데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내 의견 조율이 먼저”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특별감찰관 우선 추진 등을 둘러싼 당내 ‘투톱’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 2016년 탄핵정국을 떠올리게 한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일 헤럴드경제에 “더 이상 특별감찰관 관련 의원총회는 무의미하다. 당내 분란만 키울 뿐”이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당이 분열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의원총회를 열면 윤 대통령을 문제 삼는 의원, 한 대표의 당 운영방식을 지적하는 의원들끼리 대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는 것은 알지만 당분간은 용산을 향한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며 “진짜 탄핵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당초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5~6일 중 하루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 의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추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로 인해 당이 분열과 갈등 양상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며 “표결과 같은 양상으로 가는 것은 정말 숙고해야 한다, 가급적 지양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당 대표실에 제가 의견을 전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복수 참석자들에 따르면 중진의원들은 친한계 의원들의 의원총회 소집 요구가 자칫 당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의 대화를 촉구하는 이야기 등이 오갔다고 한다.
‘제2의 김무성’의 모습이 연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이 지금 마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모습 같지 않느냐”며 “한 대표는 지금까지 용산에 대한 민주당 압박을 본인이 ‘제3의 요구’를 하는 식으로 풀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해결된 것이 없다. 더 이상 용산 압박은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내에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새누리당 비박(박근혜)계 의원들은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비박계 결단 일주일 뒤 국회 문턱을 넘었다.
원내지도부가 ‘법적으로’ 윤 대통령은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며 수습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고, 권영세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독일법제 같은 경우는 당사자 동의 없이 하는 통화녹음은 불법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의 결단이 정부여당 ‘단일대오’의 전제라고 의원들은 말한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다음주면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민주당은 다시 거리로 나가지 않겠냐. 촛불집회도 처음에는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 후 들불처럼 번지지 않았냐”며 “이종섭 전 장관 때처럼 유야무야 넘어가면 정말 손 쓸 수 없어진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등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