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결단의 배경에는 대권가도를 고려한 셈법이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점을 보였던 경제정책 분야에서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을 띄우며 과감한 우클릭 행보를 지속, ‘준비된 대선주자’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아울러 국내 증시에 대규모 영향이 불가피한 금투세 문제에서 소수여당을 상대로 주도권을 재확인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못박았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입장과 관련해 “지방선거와 대선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단”이라며 “정권을 잡은 이후에 다시 논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도부 내에서도 폐지와 다름없는 ‘장기간 유예’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정무적인 판단만 남았던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폐지로 가닥을 잡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관련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면서 결국 이 대표의 의중에 따라 당론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짙었다. 당초부터 금투세 시행보다 유예 및 폐지에 무게를 두고 고민을 이어온 이 대표로선 이번 폐지 결단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토요일(2일) ‘윤석열·김건희 여사 국정 농단 규탄대회 및 김건희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 이후에 비공개 간담회가 있었던 걸로 안다”며 “거기에서 대표와 최고위원 간에 장시간에 걸친 토론이 있었다. 의견을 모두 취합해 대표께서 결정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민주당의 고민은 이 대표의 ‘결자해지’로 끝나게 됐다. 민주당 내 금투세 찬반 격론은 지난 7월 이 대표가 8·18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당시 ‘시행 유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됐고, 당시에도 2027년 대선을 바라보는 이 대표로선 금투세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연임에 성공한 직후 금투세 시행 ‘찬성파’인 진성준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유임하며 재신임했지만, 지난 9월 민주당의 금투세 찬반 토론회 도중 시행팀(찬성팀)에서 나온 “주가가 내릴 것 같으면 인버스(특정 지수 하락에 베팅)에 투자하라”는 발언이 개미투자자들의 거센 비판과 여론 악화로 이어진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 폐지 결정으로 민주당은 향후 대여 전선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한 ‘상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와 회사로 확대하는 게 골자인 상법 개정은 소액주주들이 환영하는 반면,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사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이 정부 정책을 가지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유예를 하거나 또는 개선 시행을 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던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금투세 폐지는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일 뿐”이라며 “이제 상법 개정 합시다”라고 호응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재벌들 눈치를 보며 상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주식투자자들에게 진심’이라던 한동훈 대표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제 민생 행보도 이어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재보궐 선거 직후 강원도 평창군으로 달려가 배춧값 안정화 현장간담회를 가졌고, 지난달 말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민생경제 간담회를 갖고 먹사니즘을 강조했다. 진영을 초월한 스킨십도 있었다. 지난 9월 보수 진영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10월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남을 갖고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