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수출 1兆 시대’ 불닭신라면, 뉴욕서 매운맛 대결 [푸드360]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진행 중인 불닭소스 광고(왼쪽)과 삼양이 최근 진행한 신라면 푸드트럭(오른쪽) 행사의 모습. [삼양라운드스퀘어,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0월 말 기준 누적 국내 라면 수출액이 10억2000만달러를 달성, 역대 최대치를 또 한번 경신했다. 미국이 라면 수출의 전초지로 자리 잡은 가운데 국내 라면업계 양강 삼양식품과 농심의 해외 마케팅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양식품과 농심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한 연말 홍보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챌린지 위주 마케팅에서 푸드트럭, 대형광고, 정부 소속 기관과의 연계 행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두 업체가 뉴욕을 마케팅 핵심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면서 미국 시장의 높은 수출 성장세와 연관이 있다. 지난달 기준(누적) 라면 미국 수출액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65% 가까이 성장했다. 2020년 8200만불이었던 미국 수출 규모는 지난달 기준(누적) 1억7700만달러로 이미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스플래시 불닭’ 티저 포스터가 붙어있는 뉴욕 전경.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업계에서는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와 한식에 대한 관심 증가를 주요 성장 배경으로 꼽는다. 라면 업체들도 이런 문화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동시에 서로 힘주는 마케팅 포인트에서 차이가 감지된다.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뉴욕한국문화원과 손잡고 이달 13일까지 진행하는 ‘잇츠 타임 포 K-컬처’의 경우 도심인 뉴욕 맨해튼의 행사장에 즉석조리기를 배치해 한강 공원을 재현, 라면을 맛볼 수 있게 마련했다. 또 호족반 등 일부 한식 레스토랑들은 라면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를 소개한다. 동시에 푸드트럭은 컬럼비아대학교·타임스퀘어 등 주요 지역에 직접 찾아가며 라면 시식에 집중하고 있다.

연도별 K-라면 수출액 변화.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심의 적극적인 홍보에는 농심의 해외 매출 회복세가 기대보다 더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농심의 북미 매출액은 1552억원(0.8%↑), 영업이익은 123억원(10.1%↓)으로 전망됐다. 마케팅비 지출이 늘었으나 10월 미국 제2공장의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을 가동, 4분기부터는 월마트 내 아시안푸드 코너에서 메인 코너로 매대를 이동하는 점이 향후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연말 해외 마케팅의 중심을 ‘불닭소스’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3일(현지시각)부터 약 4주에 걸쳐 뉴욕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스플래시 불닭(Splash Buldak)’ 광고를 매일 864회씩, 총 2만4000회 노출하기로 했다. 해당 영상은 대표 캐릭터 호치가 라면이 아닌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등 각종 음식에 불닭 소스를 뿌려 먹는 영상을 담았다.

현지 홍보 행사도 라면이 아닌 소스 전달과 시식에 힘을 줬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뉴욕에서부터 불닭소스를 직접 나눠주는 ‘불닭 라이더’ 행사와 사용 중인 소스 제품을 불닭소스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소스 익스체인지’를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 영국 런던, UAE 두바이 등으로 확대했다. 오는 7일에는 미국 LA 파머스마켓에서 ‘소스 익스체인지’ 행사를 열 예정이다.

지난 1일, 뉴욕한국문화원과 농심이 진행한 신라면 푸드트럭 행사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뉴욕한국문화원 인스타그램 캡처]

관세청에 따르면 3분기 삼양식품 기준 라면 수출 데이터는 1억976만달러로 전년 대비 32% 성장해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삼양식품은 농심과 다르게 라면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소스 사업을 키우는 전략으로 진행 중이다. 국내 공장에서만 라면을 수출하는 삼양식품은 지난 2021년 8월 미국 법인을 세운 후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불닭 단일 브랜드로 1조원 연매출 달성이 예상되지만 소스 등 품목을 확대해 이 같은 열기를 지속가능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대표 라면기업들이 해외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K-라면의 인지도가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K-라면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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