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 안건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논의한다고 밝힌 가운데 임 회장이 지난달 30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회원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에 송출되는 임현택 회장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9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계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10일 임현택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한다. 막말과 합의금 요구 녹취록 등의 논란 등으로 취임 6개월 만에 탄핵의 기로에 선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협 회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임 회장 불신임 안건’과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 등을 상정하기로 했다. 대의원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임 회장은 직위를 상실한다.
이는 앞서 의협 대의원 103명이 임 회장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임시 총회 소집을 요청한 데 따른 결정이다. 지난달 24일 조현근 의협 대의원 등은 “임 회장이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와 의협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임 회장은 최근 자신을 비방한 지역의사회 이사를 고소한 뒤 취하해 주는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의료계에서는 임 회장의 탄핵이 가결되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협 회원은 “올해는 의대증원, 간호법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의협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였는데, 임 회장이 제대로 대응한 게 없다”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하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외려 임 회장은 거친 말을 퍼붓거나 논란만 자꾸 일으키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최근 임 회장의 고소 취하 대가 요구 논란이 회원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면서 “가결이 안 되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의협을 답 없는 단체라고 보고 다들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의협 회원 B씨는 “어차피 (임 회장 불신임 안건이) 대의원 40%가 넘는 동의로 발의됐으니 가결되는 건 거의 굳혀진 듯 하다”면서 “의협이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로서 갖고 있던 엄연한 위상이 있는데, 임 회장 취임 후부터 내부적인 문제들이 자꾸 터지면서 대내외적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다”고 말했다.
사태의 핵심당사자인 전공의들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 역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진행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임 회장은 줄곧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어왔으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의협과 임 회장은 전공의·의대생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지난달 24일 “가장 중요한 것은 사태 해결의 핵심인 전공의와의 관계 개선”이라며 “전공의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사퇴) 결단을 내려달라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이 탄핵되면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비대위는 의료계 내부 혼란 수습부터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 결정, 신임 회장 보궐선거 진행 등을 맡아야 한다. 현재 차기 의협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주수호 전 의협 회장과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등이다.
한편, 탄핵 위기에 직면한 임 회장은 재신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 회장은 최근 수도권, 지방 등을 돌면서 대의원들을 만나 “과오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불신임안이 가결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