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누가돼도 살아남는다…바이오株, 올 들어 ‘빚투’ 1兆 돌파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해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양당 후보가 초박빙 대결 구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바이오 종목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증가세가 주목받고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바이오를 견제하기 위한 ‘생물보안법’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국내 의약업계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의약품 업종의 빚투는 국내 증시 하락장을 뚫고 2년4개월여년 만에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의 신용융자잔고는 1조1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6814억원에서 170% 증가한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신용융자잔고 증가율은 17%였다.

국내 의약품 업종의 신용융자 잔고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2021년 1월 2조955억원으로 커졌지만, 이후 떨어져 지난해 11월 6000억원까지 낮아졌다. 고금리 여파에 바이오 투심이 꺾인 데다 AI(인공지능) 빅테크에 주도주 자리를 내주면서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실적 개선감이 커지자 빚투도 반등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 9월 미 대선 정책 수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이에 국내 의약품의 신용 잔고는 지난 9월 26일(1조61억원) 이후 1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신용 잔고가 늘어난 종목을 살펴봐도 상위 10곳 중 3곳이 바이오 종목였다. 유한양행(전체 2위)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24일 2961억원으로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셀트리온(3위)과 한올바이오파마(7위)의 신용잔고도 모두 작년 말 대비 2배 뛴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바이오주에 대한 ‘빚투’ 열기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제약업종의 신용잔고는 연초 8904억원에서 1조1362억원으로 27% 증가했다. 이 기간 에스티팜(571억원)·삼천당제약(548억원)·에이비엘바이오(479억원)·파마리서치(453억원)·휴젤(397억원) 등 순으로 빚투가 늘었다. 반면, 지난해 투자 열기가 높았던 이차전지 종목의 신용잔고를 살펴보면 올 들어 포스코홀딩스는 36% 감소, 에코프로는 5%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반도체 투심이 꺾이면서 바이오주로 투심이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하반기 들어 KRX 300 헬스케어와 KRX 헬스케어 지수는 각각 24%, 22.5% 오르며 한국거래소가 분류하는 26개 지수 가운데 수익률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KRX 반도체 지수는 수익률 꼴찌(-27.7%)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한국 기업들에겐 도전적인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종목들이 미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 영향’에 따르면 대선 결과에 관계 없이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대미 수출은 최소 현재 수준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테마에 휩쓸리기보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등을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공화당과 민주당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자국 내 약가 인하를 목표로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 사용 촉진 정책을 내세울 것”이라며 “반중 정책(생물보안법)으로 국내 바이오 업체의 반사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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