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도입 이후에도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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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배우자 출산휴가가 10일로 확대되고, 중소기업 종사자에게는 5일간의 급여가 지원되지만 제도 활용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더해 휴가 사용을 늘리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7년에 신설된 배우자 출산휴가는 최초 도입 시에는 3일이었으나, 2012년에 5일로 확대됐고, 2019년에는 10일로 확대됐다. 특히 우선지원대상기업(중소기업) 대상으로 5일간의 급여 지원이 신설됐다.

올해 10월에는 저출생 대책에 따라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중소기업 대상 급여 지급기간을 5일에서 20일로 확대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고용보험법’이 개정돼 내년 2월 중에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배우자 출산휴가의 법정 사용기간 확대만으로는 효과성을 높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의 지원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다만, 1인당 금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된 원인은 출생아 수의 감소로 파악된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자녀 연령에 따라 사용가능한 기간이 길어 최근 출생아 수 감소에 따라 사용인원이 곧바로 감소하지는 않지만, 배우자 출산휴가는 출산일로부터 90일내에 사용하는 제도로, 출생아 수 감소에 따라 함께 급여 지원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출생아 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도입 이후 활용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인지도가 부족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않아 활용도가 낮다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연도별 출생아 수 대비 지급인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2020년 6.9% 대비 2021년에 7.0%로 소폭 증가했다 다시 감소했다.

이는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가 중소기업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지급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모성보호제도 사용에 따른 업무공백 부담이 크고 인력대체가 어려운 등의 이유로 대규모 기업에 비해 제도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를 인지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이 74.4%로 가장 높았고,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가 25.6%를 기록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법정기간 확대만으로는 중소기업의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확대를 제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에서 남성의 모성보호제도 사용을 위한 문화를 개선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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