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삼양식품 식품연구소장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에서 ‘K-SPICY FLAVOR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연구소장은 “각 나라의 식문화와 K푸드를 접목한 글로벌 제품들이 전 세계 소비자를 K-푸드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아무리 콘텐츠가 좋고 마케팅을 잘하더라도 ‘제품력’이 없으면 안 됩니다. 사전 출시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피면서 맛있는 매운맛을 발견했고, 철저한 원료 관리를 통해 변함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병훈 삼양식품 식품연구소 연구소장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에서 ‘K-Spicy Flavor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불닭볶음면’은 내수기업이던 삼양식품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대표 브랜드다. 이 연구소장은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도전적인 매운맛과 각국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양식품은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개선을 거듭했다. 이 연구소장은 “2011년에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했고, 이후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2012년 정식으로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삼양식품이 K-푸드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게 된 배경을 밝혔다.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부회장의 지시에서 출발했다. 삼양식품은 ‘맛있게 매운 소스’를 목표로 전국의 유명한 불닭발, 불곱창 맛집 수십 곳을 탐방하며 제품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소스는 2톤, 닭은 1200마리 규모에 달한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기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대하고 다양한 맛으로 확장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보편적인 매운맛으로 접근했지만, 경영진은 ‘더 맵게 더 맵게’를 요구했다”며 “매운맛 수치를 굉장히 높게 만들었더니 그제야 부회장께서 좋다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해외 소비 트렌드는 전통적인 것이 80%, 충격적인 것이 20%여야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본다”라며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포인트가 없으면 일반 제품과 차이가 없어 외면당한다”고 말했다.
당시 경영진은 소비자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매운맛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에 삼양식품은 제품의 스코빌지수를 공개해 소비자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했다. 불닭볶음면이 매운맛을 즐기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다.
이 연구소장은 불닭의 성공 비결로 철저한 품질 관리와 소비자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 비건이나 할랄 인증을 받아 생산한 제품을 세계로 수출해 한국산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다”며 “철저한 관리 덕분에 제품 안정성을 인정받아 최근 덴마크의 리콜 사태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운맛 트렌드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불닭볶음면의 글로벌화에 날개를 달았다. 이 연구소장은 “국내에서는 나혼자산다 PPL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라며 “이후 유튜브 영국남자의 불닭볶음면 챌린지 영상으로 세계에 불닭을 알렸다”고 전했다. 이어 “챌린지 열풍이 일면서 불닭 브랜드는 지금까지 해외에 계속 판매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브랜드 성장에 매출도 폭발적으로 뛰었다. 이 연구소장은 “2016년 36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조2000억원이 됐다”라며 “올해는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수출에서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라고 부연했다.
삼양식품은 콘텐츠를 통해 보다 더 즐거운 식문화를 전파하고자 ‘Eatertainment(이터테인먼트)’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삼양식품은 모든 것을 놀이로 풀어나가고 있다”라며 “먹는 것과 재미를 추구하는 콘텐츠인 이터테인먼트 활동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소장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건강을 중시하는 신제품 개발과 환경을 고려한 포장 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 라면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