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없어 올해 적자” 집단휴학에 대학들 재정난…기금 활용에 사업 중단까지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의대생들의 수업거부가 결국 1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학들의 재정 타격도 현실화했다. 대학마다 수십억대 수준인 의대생 등록금 수입이 사라지면서 특히 재정 여력이 없는 비수도권 사립대는 기금을 활용하는 등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자율적인 휴학 승인을 허용하면서 각 대학들은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의대는 발빠르게 휴학 승인 작업을 마쳤다. 반면 비수도권 의대는 아직까지 승인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한 곳들이 많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

비수도권 대학이 휴학 승인을 마지막까지 망설이는 데엔 ‘등록금’ 문제가 걸려 있다.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하면 올해 의대생들이 복귀할 여지가 차단된다. 또한 이들이 낸 등록금도 내년으로 이월된다. 대학들 입장에선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 여부를 하루빨리 결정해야 내년도 학사 운영 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비할 수 있지만, 재정적 측면에서 보면 올해 복귀를 마지막까지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재정 여력이 열악한 비수도권 사립대에선 이미 의대생 등록금 수입분 감소에 따른 긴축 재정에 나섰다. 올해 기준 의대 정원이 93명인 원광대의 경우 의대생 등록금 수입이 20억원대다. 원광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대생 휴학으로 수입이 그만큼 줄면서 재정 절감을 할 수밖에 없다”며 “매년 해오던 환경개선사업 규모를 줄이고 에너지 절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 등록금 수입이 사라지면 재정 운영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들의 호소다. 일부 대학에선 적립된 기금을 활용해 재정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의대생 등록금 수입이 18억원대인 계명대 관계자는 “대학 지출 대부분이 인건비인데, 인건비 체불을 할 수는 없으니 기금을 인출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다른 대학 관계자도 “등록금 수입이 줄어서 재정을 최대한 확보하고는 있으나 적자가 불가피해, 기금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연합]

의대생 집단휴학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 재정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내년에 복학을 해도 1년치 세입은 줄어든 상황이라, 주 수입원이 등록금인 상황에서 타격이 있다”며 “현재 내년 예산 추계를 진행 중인데 이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재정 타격과는 별개로 개별 사립대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비해 건물 신축 등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 저금리 융자 지원에 기대야 한다. 앞서 교육부는 사립대 의대 교육환경 개선 자금 융자로 172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역시 대학별 여건에 따라 지원에서 탈락할 수 있어 대학들은 내년 시설 투자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지난달 말까지 대학들 융자 지원 신청을 받아 현재 심사 중이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재학생 충원율 등 수치에서 미달하는 대학은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현재 대학들에 서류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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