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 강의실에서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헤럴드경제=강승연·정호원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의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규제를 또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은행들이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때처럼 판매 중단이라는 고강도 규제가 나올 경우, 당장 수수료이익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비이자이익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목표도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5일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공개한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관행 개선방안에 대한 학계·업계·소비자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당국이 제시한 고난도 상품 판매관행 개선안은 ▷(1안) 은행 판매 전면 금지 ▷(2안)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판매 허용 ▷(3안) 점포 내 판매 창구 분리(일반 예적금/비고난도 상품/고난도 상품) 등 3가지다.
2019년 DLF 사태 때는 1안처럼 고난도 사모펀드와 고난도 금융상품 신탁의 은행 판매를 금지했었다. 1~3안 모두 일정 부분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ELS 편입 신탁 상품은 DLF 사태 때와 달리 판매 규제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강도가 약한 3안도 예적금 창구와 고난도 상품 판매채널 간 방화벽(firewall)을 세우기 위해 고난도 상품 판매를 위한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지점 상황에 따라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교육센터 강의실에서 개최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은행들은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1안보다는 판매채널을 제한하는 방식의 2~3안 중에서 추진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1안의 경우, 오히려 고위험 상품 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ELS 사태 후에도 판매를 중단하지 않은 건 더 팔겠다는 게 아니라, ELS 상품을 찾는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호하자는 차원이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의무를 다했다면 최소한 투자 경험이 있거나 만기가 도래하는 고객들에겐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세미나에서도 이인균 은행연합회 본부장이 “은행의 고난도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건 선택권, 접근성에서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하며 창구 분리 등 보완책을 통해 선택권을 보장하되, 사전 교육을 이수한 소비자에게만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ELS 판매 제한이 수수료이익, 더 나아가 비이자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DLF 사태 직후인 2020년 펀드 판매가 주춤하며 수수료이익이 줄어들었던 경험도 있어서다.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자산관리(WM) 서비스에 찬물이 될 수도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누적 수수료이익은 3조12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982억원에 비해 8.0%(2307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고난도 상품 판매규제가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세미나에서 “3개 안 중 택 1은 아니고, 변형된 형태로 최종안이 나올 수 있다”며 “모든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대책 수립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