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가 5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미국 대선 이틀 뒤인 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집결해 ‘공통된’ 대미 메시지 조율을 시도할 예정이다.
EU 고위 당국자는 5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오는 7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주최하는 만찬에서 회원국 정상들이 ‘대서양 관계’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대 미 대선 당선자 확정까지 수일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EU 정상 만찬 시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당국자는 “당선자가 누구든지 (EU의) 공통된 입장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동의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며 EU-미국 관계의 중요성, 우크라이나 지속 지원 등에 관한 메시지 발신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판세에 따라 하나 된 목소리를 조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국자도 “정상들이 변함없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7개국 모두가 그럴 것인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온 ‘호스트’ 오르반 총리가 원론적 수준의 EU 공통 메시지 발신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오르반 총리는 만찬 외에 EU 하반기 의장국 자격으로 7, 8일 연일 정상급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지만, 준비 과정에서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그는 7일 오전에는 EU 27개국을 포함해 47개국 정상이 초청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8일에는 EU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일각에선 EU 노선에서 번번이 이탈했던 친러 성향의 오르반 총리가 잇단 행사를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자리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매체와 외교가에선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오르반 총리가 EPC 회의 화상연설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깜짝 초청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7월 EU 순회의장국이 되자마자 ‘평화 임무’를 자임하며 러시아, 중국을 방문해 다른 EU 회원국들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조지아 총선 때는 EU가 조지아 집권당 ‘조지아의 꿈’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상황에서 집권당의 총선 승리를 공개적으로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