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민통합의 날 행사에서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전투 중 키이우 군으로부터 포착한 군사 장비를 전시하는 전시회에서 우크라이나 AMZ-10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최대 글로벌 외교안보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 이른바 ‘두 개의 전쟁’의 향방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장기화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해온 만큼 차별화한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에 대해 미국을 위시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현재 방식, 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과 무기의 전폭적 지원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고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손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취임하고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고 9월 TV 토론 때도 “당선되면 취임 전에 해결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방법론을 상세히 제시한 적은 아직 없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그는 9월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구체적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걸 지금 말하면 그 아이디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할 순 없다”며 “일부 아이디어는 깜짝 놀랄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만큼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과 생각이 다른 종전안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전’ 계획과 관련해 J.D.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시사점을 준 바 있다.
밴스는 9월 션라이언쇼에 출연해 “트럼프는 당선되면 ‘평화적 해결’을 바라보며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유럽 관계자들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이 될 것 같고, 러시아가 재침략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비무장 지대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무장 지대의 위치나 범위는 자세히 말하진 않았으나 ‘현재 경계선’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트럼프 진영의 ‘평화적 해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치하는 현재 전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는 만큼 이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꽤 할양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밴스는 또 “(이 방법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주권을 지킬 수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성, 즉 나토 등 서방 동맹의 기구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받게 된다”며 “이게 협상의 궁극적 모양새”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선 안됐지만 우크라이나도 역시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며 ‘양비론’을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지난달 패트릭 벳-데이비드의 팟캐스트에서 “젤렌스키는 종전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전쟁 시작에 일조했다”며 “그를 돕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전쟁이 터지도록 해선 안 됐다”고 책임을 지우기도 했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임으로써 우크라이나와 나토가 그간 반대했던 방향으로 ‘휴전 공식’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원이 줄어든다면 나토의 유럽 회원국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줄곧 비판한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과도 맥이 통한다.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도 우크라전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친분’을 과시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우크라전 종전을 위한 협력을 압박할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미츠페 라몬 인근 육군 기지에서 열린 제70차 군 전투 장교 코호트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트럼프전 대통령의 구상 역시 명확히 드러난 적은 없다. 대선기간 그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원칙론을 여러번 밝혔을 뿐이다.
이스라엘에 대해 대선 기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모두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하마스,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데는 일치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도 방점을 두고 이스라엘에 신속한 휴전을 강하게 압박했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이를 요구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달 말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내가 당선되면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1기’ 기간 그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했던 만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 일변도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그는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바이든은 하마스, 헤즈볼라와 전쟁에 대해 네타냐후에게 ‘이걸 하지 마라, 저걸 하지 마라’고만 했다”며 “비비(네타냐후의 별칭)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석 달 전보다 그들은 지금 훨씬 더 강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헤즈볼라 요인 암살과 이란에 대한 강공 등 네타냐후 정부의 전쟁 정책을 강하게 지지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적대와 이같은 언급을 고려하면 그는 취임 전까지 남은 2개월간 네타냐후 정부가 군사적 해법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말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취임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아랍국가와 이스라엘의 수교 등 ‘제2의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해 이란의 영향력을 더욱 약화하고 이스라엘 중심의 새로운 중동 질서를 구상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