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최송하, 첫 듀오 리사이틀…“친숙한 선율을 각자 선명하게 들려줄 것” [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마포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목표가 생기면 독수리가 먹이를 움켜쥐듯 날아드는 무사적 면모와 장인정신을 가진 연주자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4)에 대해 묻자 피아니스트 김도현(29)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직 한 무대에 선 적은 없지만, 진작에 간파했다. 취미는 ‘복싱’인 잘파 세대 바이올리니스트는 일찌감치 대담한 표현력, 집요한 열정으로 청중을 압도했다. 최송하에게 김도현은 “언젠가 꼭 한 번 같이 연주해보고 싶은 피아니스트”였다. 김도현이 2018년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연주차 참석했을 당시, 서로의 존재를 각인했다.

두 사람의 듀오 연주가 마침내 성사됐다. 친분을 쌓기도 전에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을 받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알음알음 서로를 인지했던 시기가 길었던 만큼, ‘음악적 대화’는 꽤나 잘 통했다. 두 사람이 풀어낼 선율은 ‘보헤미안 하모니’(11월 15일·마포아트센터). 연주를 앞두고 화상 인터뷰로 만난 두 사람은 “보헤미안의 낭만적 선율과 두 개의 거대한 소나타를 만날 수 있는 무대”라고 했다.

머리를 맞대고 연주를 쌓아갈 곡의 선정 단계부터 음악은 시작됐다. 최송하는 “수없이 아이디어를 던지며 맞춰가는 과정”이었고, 김도현은 “서로 존중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순간”이었다.

고심 끝에 선정한 곡은 스메타나의 ‘조국으로부터’,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버르토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등이다. 곡의 구성이 흥미롭다. 서로를 위해 한 발씩 물러난 흔적이 보인다. 심지어 서정적 멜로디가 중심이 된 ‘조국으로부터’는 두 사람 모두 처음 연주하는 곡. 하지만 프랑크와 버르토크는 김도현·최송하에게 저마다의 경험치를 쌓은 곡이다.

피아니스트 김도현 [마포문화재단 제공]

정형화하지 않은 연주, 거대한 우주를 탐험하는 직관적 본능의 솔리스트인 김도현에게 올 한 해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파트너’로의 러브콜이 유달리 많았다는 점이다. 김도현은 “올해 연주의 5분의 4는 실내악이었다. 반주의 기법에 대한 책도 사서 읽어보며 공부했다”며 “실내악 경험이 쌓이며 내 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고, 함께 하는 것의 조화와 호흡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28, 30일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실내악도 예정돼있다. 플루티스트 김유빈 역시 생애 첫 음반(‘포엠’)에서 김도현과 함께 했다. 두 사람이 이 음반과 이후 공연을 통해 다뤘던 곡이 바로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의 편곡 버전이다. 김도현에겐 깊이있는 연구와 실전 연주를 마친 곡이다.

최송하에게 버르토크 소나타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22년 피아니스트 선율과 줄라이페스티벌에서 연주하며 처음 만난 이 곡은 그에겐 이미 ‘오랜 친구’ 같은 곡이 됐다. 최송하는 “그 땐 둘 다 첫 연주였기에 울먹이면서 준비했다”며 “함께 곡을 알아가며 지식을 쌓았던 그 시절 나만의 버르토크 소나타를 만든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첫 듀오 콘서트에 방점을 둔 부분은 “친숙한 선율의 오프닝(스메타나)”과 “(두 개의 소나타 안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선명히 들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최송하는 “대부분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할 때 피아노는 반주에 그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선 피아노 부분이 굉장히 난해하고 비중이 크다”며 “두 악기의 목소리가 뚜렷해야 하고 서로가 다른 악기에 기대지 않고 동등하게 서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마포문화재단 제공]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곡들이라는 점은 두 젊은 연주자의 도전정신을 발동하게 했다. 최송하는 세 명의 연주자와 함께 한 ‘버르토크 소나타’ 역시 “모두 다른 곡이었다”며 웃었다. 특히나 그는 “늘 같은 연주보다는 ‘자유로운 실험’”을 더 즐기는 타입. 김도현과도 또 하나의 새로운 버르토크 소나타를 기대한다. 김도현은 “송하 씨가 굉장히 열려 있다”며 “서로의 목소리가 합쳐져 자연스럽고 독특한 맛을 내는 이상적 듀오의 모습에 다가서 볼 것”이라고 했다.

“익숙한 나의 연주방식이 있지만, 그것을 벗어나는 것을 좋아해요. 늘 같은 해석과 방식을 가져가기 보단 새로운 색을 입히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과 연주할 땐 언제나 새 캔버스를 들고 가야 또 다른 아이디어를 입힐 수 있으니까요.” (최송하)

곡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두 사람은 닮은점이 많다. ‘직관적 연주자’인 김도현은 자기 안에서 음악을 찾아간다. 그는 새로운 곡을 만날 때 “레퍼런스로 다른 연주를 듣기 보단 나만의 생각으로 음악을 만든 뒤 고쳐나간다”고 했다. ‘그 때 그 때의 영감’과 ‘나만의 루틴’은 김도현이 하나의 곡을 완성해 나가는 중요한 토대다.

최송하 역시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송하도 “첫 연주를 앞두곤 스스로 원하는 틀이 잡힐 때까지 나만의 생각으로 (음악을) 한 단계씩 쌓아올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앵무새처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반복하기 보단 내 안에서 나오는 해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김도현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연주자들이다. 2023년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2위를 차지하고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수상한 최송하는 단단한 자기 확신으로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요즘 최송하의 가장 큰 고민은 음악 안에서 찾은 의도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한 것이 관객에게 온전히 통역돼 전달하는 위치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 나의 연주를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싶어요. 늘 오픈 마인드로 새로움을 시도하는 데에 지치지 않는 것이 바람이에요.“ (최송하)

2021년 부소니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이후 김도현은 해마다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지난 2월 찾아온 손 부상으로 연주를 취소하는 등 올해 다소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도리어 나의 상태와 호흡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틀에 박히지 않은 연주로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던 김도현의 시선은 요즘 밖으로 향하고 있다. 자신만의 음악에서 벗어나 “조금은 힘을 빼고” 사람들의 원하는 음악에 다가서기 위한 고민도 한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껴요. 음악가로서 다음 세대에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유산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이 과제인 것 같아요. 음악이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그 계시를 알아내는 것이 현재의 꿈이에요. 지금 제겐 음악을 위해 평생을 바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계시가 필요한 것 같아요.” (김도현)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