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책 대격변 예고…불법이민·IRA·반도체법 영향권 [2024 美대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 야간 당직 파티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무대에 오르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5 대선에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미국 내 각종 정책에도 대격변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내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이와는 완전히 다른 국정운영을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2기에서 초반부터 현재 조 바이든 정부가 만든 거의 모든 정책 지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기반 시설과 제조업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고안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에 따라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온 한국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뚜렷하게 바뀔 것으로 감지되는 분야는 이민 관련 정책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캠페인 내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불법 이민자 문제를 꼽았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남부 국경을 열어젖히는 바람에 불법 이민자가 폭증했고, 살인 전과가 있는 범죄자가 1만3099명이나 미국에 유입돼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 해법으로는 ‘추방’을 내세웠다. 취임 첫날 가장 먼저 할 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공약이다.

대선 막판에는 1798년 만들어져 거의 사문화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들고나왔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이민자 범죄 단체를 해체 및 추방하고 그들이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가석방 없는 징역 10년형에 처하는 한편, 미국 시민이나 법 집행관을 죽인 이민자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각해진 인플레이션 문제나 경제문제 해결법도 바이든 정부와는 사뭇 다르다.

기후위기론을 부정하고 재생에너지를 폄하하는 동시에 화석에너지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영토 밑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 시추를 허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환경규제 철폐에 나설 전망이다. 그는 국경 폐쇄와 석유 시추 정책 시행을 위해 취임 첫날에만 ‘독재자’가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취임 첫해에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IRA 역시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으로 규정하고 당선 후 이를 폐기하고 아직 집행하지 않은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청정에너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전기차 등에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 왔다. 이를 폐지하려면 의회의 조처가 필요하지만, 세액공제 혜택을 시행하는 수단을 통제하는 데 행정명령 등을 적절히 발동하면서 법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IRA 전면 폐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일부 거대 기업들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군 및 후원자, 공화당 소속 주지사나 의원들이 많은 지역이 IRA로 인해 혜택을 보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3월 워싱턴 백악관의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움에서 국내 제조를 장려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법안을 지지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2022년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제정된 반도체법에 대해서도 “정말 나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법을 없애는 대신 반도체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외국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을 공짜로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를 사실상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법인세 등 대규모 감세로 인한 세수부족분을 채우는 수단으로 관세를 내세운 것이다.

전 세계와 무역 전쟁이 불가피한 한편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의 수입품에는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특히 멕시코에서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에는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을 폐지할지 주목된다. 집권 1기 때부터 이를 폐기하려 했지만, 대안 부재로 이루지 못한 상태다.

그는 지난 9월 10일 대선 상대인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계획에 대한 개념은 있다”며 “더 좋고 저렴한 것이 있으면 바꿀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개념과 옵션이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교육부를 폐지하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거나 홈스쿨링하는 데 연방 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줄기차게 노력해온 학자금 부채 탕감 및 우대 조치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