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CU 편의점에 진열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피스타치오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에 이어 피스타치오 과자·우유 등 다양한 관련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피스타치오 누적 수입량은 전년 대비 13.1% 늘어난 1512톤이다. 탈각(껍질을 벗긴)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같은 기간 전년보다 75.7% 늘었다.
탈각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최근 들어 증가세다. 월별 수입량의 전년 대비 증가폭은 7월 44%, 8월 244%, 9월 463%로 커지고 있다. 9월 수입량은 184톤이었다.
탈각 피스타치오는 주로 디저트를 만드는 용도로 쓰인다. 올해는 초콜릿에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면)를 넣은 ‘두바이 초콜릿’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해 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남긴 후기가 국내에 퍼지면서 상반기부터 유행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편의점이 견인했다. CU가 올해 7월 출시한 두바이식 초콜릿 제품은 당시 초도 물량 20만개가 하루 만에 모두 팔리며 매출 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출시한 ‘이웃집 통통이 두바이식 초코쿠키’, ‘피스타치오&카다이프 컵케이크’ 등 관련 제품 3종은 9월까지 누적 판매량 340만개를 돌파했다. GS25가 7월 출시한 두바이 초콜릿 제품 2종도 50만개 이상 팔렸다. 또 8월 선보인 두바이 카다이프초코바 아이스크림은 110만개 이상 팔렸다. 세븐일레븐의 ‘두바이카다이프초콜릿’을 비롯해 다막 초콜릿 2종(다막피스타치오, 다막바클라바) 등 연관 상품의 전체 판매량은 200만개를 웃돌았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저트류는 제품 특성상 인기가 길어야 6개월이라 생각해 PB(자체브랜드) 상품을 통해 빠르게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두바이 초콜릿을 두고 연관 제품 개발 등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과자와 우유 등 식품업계도 피스타치오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연세유업은 식음료 트렌드를 반영한 가공유 ‘연세우유 피스타치오 초코우유’를 출시했다. 남양유업도 ‘두바이식 피스타치오 초코우유’ 출시를 검토 중이다. 해태제과는 주요 제품군인 오예스와 홈런볼 라인업에 피스타치오 맛을 추가했다.
피스타치오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가격도 요동쳤다. 올해 7월에는 제과·제빵 재료를 전문 판매하는 주요 온라인 몰에서 피스타치오 가격이 ㎏당 3만~5만원으로, 한 달 만에 2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몰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피스타치오가 품절되거나 구매 수량을 제한한 곳까지 등장했다.
해외 공급망도 변수다. 국내 피스타치오 수입량의 99%는 미국산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가을부터 겨울이 끝날 때까지 피스타치오를 수확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생산량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생산량은 감소하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