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주가만 ‘껑충’ [트럼프의 귀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그가 주창해온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의 색채가 월가에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성장을 촉진하고 글로벌 무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원칙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새 기준이 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내세운 감세 공약이 실현되면 미국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관세 인상 역시 미국 내 제조업 르네상스를 촉진하고 일자리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이날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티커 SPY)는 2.5% 상승한 반면, 미국 외 선진국들에도 광범위하게 투자하는 ETF(IEFA)의 경우 1.4%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처음 승리한 2016년에도 나타났던 모습이다.

미국 우선주의 투자 테마를 대변하는 2개의 ETF도 강세를 보였다. 퍼스트 트러스트 RBA 미국 산업 르네상스 ETF(티커 AIRR)는 8% 상승했고, 테마 미국 리쇼어링 ETF(RSHO)는 6% 올랐다. 둘 다 사상 최고치다.

이에 비해 트럼프의 과격한 보호무역주의 의제가 부각되면서 신흥국 증시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3bp(1bp=0.01%포인트) 상승한 반면 독일의 국채금리는 9bp 하락했다. 이런 금리차는 1990년대 초 독일 통일 이후 보기 드문 수준이다.

트럼프의 공약이 미국에서 긍정적으로만 평가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관세 인상은 잠재적으로 성장률과 기업 수익에 타격을 입히고 정부 적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투자자들이 규제 완화나 감세와 같은 기업 친화적 공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미국 성장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형주 지수와 지방은행 지수가 각각 6%와 13% 급등했다. 달러화도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며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 가격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멈췄고 글로벌 경제의 지표로 여겨지는 원유와 비금속 가격도 눌렸다.

JP모건체이스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조글루 전략가는 “장기적으로 볼 때, 트럼프의 승리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의 관세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미국 경제의 좋은 흐름은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트럼프의 승리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실제로 보상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부흥을 외친 제조업 등 일반 산업 분야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은 큰 폭 상승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0월에 산업 ETF 바스켓에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20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달 들어서는 일부 유출이 나오기도 했지만 포지션을 고수했던 투자자가 이득을 봤다.

이 분야 최대 펀드인 인더스트리얼 셀렉트 섹터 SPDR ETF(티커 XLI)는 약 3.5% 상승했다.

비트코인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비트코인 기반 ETF들도 이날 6.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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