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 가격 현황판 모습. 비트코인은 7일에도 강세를 이어가며 오전 8시 30분 현재 개당 1억40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비트코인이 ‘트럼프 동조화’에 힘입어 역사상 최고가를 세우면서 새 지평을 열었다. ‘트럼프 2기’에서 가상자산 규제 완화 기조가 펼쳐질 경우 가격은 내년 20만달러(2억8000만원) 도달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변수인데다 트럼프 특유의 오락가락 화법도 불안 요소다.
7일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전 8시4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8.52% 오른 7만5678만달러다. 전날 미국 대선 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최고가(오후3시25분·7만5317달러)를 경신했다. 당선이 확정되면서 이날 다시 최고가(7만6203달러)를 세운 뒤 7만5000달러대를 나타내고 있다.
대선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과 같은 방향성을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 가상자산 발언이 규제 완화 기대감을 키우면서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상자산과 전쟁을 벌였다고 비판하며,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100년 전 부흥기였던 철강 산업에 빗대며 주도적인 채굴 필요성도 언급했다.
특히 규제 성향인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해임을 공언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이외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성을 인정하는 기조다. 대부분 가상자산이 미등록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현물 ETF 출시 등 제도권 편입에 제약을 걸었다. 시장에서는 금융기업의 가상자산 수탁업(커스터디) 의무회계 지침(SAB 121) 폐지 기대감도 나온다. 이 지침에 따라 그간 은행은 고객을 위해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길이 막혔다.
‘사업가 트럼프’ 관점에서도 기대감이 나온다. 트럼프 일가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중심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 출시하고 탈중앙금융(DeFi·디파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일가가 주도해 설립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 토큰 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해상충 우려에 따라 직접 소유·운영은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제프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 자산 글로벌 책임자는 내년 말까지 비트코인 20만달러(2억8000만원)을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긍정적 유입과 가상자산 수탁업 의무회계지침 폐지 등을 근거로 들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국가 부채를 갚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4~5% 수준으로 유도하며 달러 가치를 낮추는 방식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장기 성장 잠재력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선물시장에서 투자심리도 살아났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전날 선물거래소에서 미결제 약정 규모는 240억달러를 기록했다. 자료를 제공하는 3년 기준 최대치다. 미결제 약정이란 투자자들이 롱·숏 포지션에 진입한 뒤 아직 청산하지 않은 규모다. 그만큼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시장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2기는 가상자산의 새 도약기가 될 것이란 게 시장 중론이다. 다만 국제 정세가 악화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초 중동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6만달러 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트럼프 특유의 뒤집기 화법으로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따라다닌다. 가상자산 관련 기조를 유지하는 지도 주목할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