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오른쪽 두 번째)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겸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은 올 4월 서울 소재 풍산그룹 역사관에서 에반 G. 그린버그(왼쪽 두 번째) 처브 그룹 회장 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과 저녁식사를 하며 한미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내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인들이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 D.C를 찾아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난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산업·통상 정책을 둘러싼 한국 경제계 입장을 최대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기업인들과 트럼프 당선인 간의 만남이 성사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인들은 다음달 첫째 주 2박3일에 걸쳐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이 기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제35차 한미재계회의가 열린다.
한국 측에선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진 한경협 회장을 필두로 최근 한경협 회비 납부를 완료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도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일재계회의에도 4대 그룹을 비롯해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이 모두 참석한 바 있다.
이번 한미재계회의는 대선 직후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인 만큼 예년보다 많은 기업들이 참석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원회 체제가 한창 가동되는 12월 중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주요 산업·통상 정책이 윤곽이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 동향을 살피고 한국 기업의 입장을 적극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류진(오른쪽)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겸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은 올 4월 서울 소재 풍산그룹 역사관에서 에반 G. 그린버그처브 그룹 회장 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과 저녁식사를 하며 한미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특히 이번 한미재계회의가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워싱턴D.C에서 열려 현지에서 우리 기업인과 트럼프 당선인 간의 회동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경협은 한국 경제계의 대표 대미 채널로서 매년 미국상공회의소와 양국을 번갈아 오가며 한미재계회의를 개최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2020~2021년에 비대면 화상회의로 대체했다가 2022년 3년 만에 서울에서 대면 회의를 재개했다. 작년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이었던 4월 양국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 열리면서 한미재계회의를 따로 갖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뚜렷한 가운데 우리 기업인들은 5년 만에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재계회의에서 자유로운 통상 환경 조성과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보조금 정책 유지 등을 건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경협 관계자는 “미국 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의회 및 싱크탱크 고위 관계자들과 잇달아 만나 산업·통상 관련 한국 경제계가 갖고 있는 우려를 전달하고 우리 기업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점들을 중점적으로 설명해 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계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진 회장이 한경협 수장이 된 이후 처음으로 주관하는 한미재계회의인 만큼 국내 산업계의 기대도 높다. 풍산그룹 회장이기도 한 류 회장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미국 공화당 인사들과 오랫동안 돈독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류 회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어려워지진 않는다”며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간단하게 소통할 수 있으니까 편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