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석탄 없앤 영국, ‘청정에너지’로 불빛 밝힌다

지난 9월 30일. 영국의 마지막 석탄 화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다. 영국은 이로써 G7 국가 중 석탄 발전을 포기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 화력 발전소를 건설한 영국의 이러한 결정은 국제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과거 석탄 발전을 통해 런던의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에서 번영과 함께 연기(스모그)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는 이유다. 이제 영국은 142년간 이어온 석탄 발전을 과거의 유산으로 남기고,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선도하려 한다.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 고조되는 에너지 안보 위협에도 영국이 과감하게 석탄 발전을 포기한 배경은 명확하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전환에서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넷제로’는 거스를 수 없는 범세계적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탈탄소와 친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요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크게 하락해 영국 정부 입장에서도 더 이상 석탄 발전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작년 기준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대비 약 41%에 달했다. 2010년 7%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의 성장이다. 이는 상당 부분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정책 추진에 기인한다. 영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해상풍력·원자력·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의 발량 확대에 있다. 영국의 해상풍력 발전 용 량은 약 14.7GW로 독일 8.4GW, 네덜란드 4GW, 덴마크 2.3GW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수치와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영국 정부는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의 투자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계약차액제도(CfD)를 도입해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 수준인 50GW로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영국은 원자력을 넷제로의 중요한 에너지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원자력 산업은 6.5GW의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최대 24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 신규 대형 원자로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저탄소 수소 생산 용량 확대, 탄소포집 및 저장(CCUS) 지원,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영국은 14년 만의 정권교체로 노동당이 집권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새 정부 역시 청정에너지 생산 확대, 에너지 자립 등 그간 보수당이 취해 온 에너지 정책을 지속 유지할 전망이다. 영국에서 넷제로는 이미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재생에너지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영국의 과감한 선택과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류경서 코트라 런던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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