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되나…대법원도 가처분 ‘기각’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세계 유일의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를 막아 달라는 소속 교수와 재학생들의 가처분 신청이 최종 기각됐다. 명지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대법원은 재항고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심리를 지속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남 교수 등은 개정 학칙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도 가처분을 냈지만, 해당 신청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학과 재학생, 대입 수험생 등이 명지학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전날 확정했다.

명지대는 2022년부터 경영 악화와 바둑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폐과를 논의해왔다.

지난 4월에는 내년부터 바둑학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겠다며 학칙을 개정해 공포했고, 대교협은 이런 내용의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남 교수 등은 교수의 신분과 재학생 수업권이 침해받을 수 있는데도 개정안에 보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며 폐과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가처분을 5월 20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과 서울고법 모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지난 7월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에서 보장된 가치이며 명지학원은 재정 파탄으로 학사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둑학과를 개설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유지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또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필연적으로 바둑학과 모집정원만큼 다른 학과 모집정원을 줄여야 하고, 이는 다른 수험생들의 이익과 신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재항고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심리를 지속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남 교수 등은 개정 학칙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도 가처분을 냈지만, 해당 신청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바둑학과 폐지와 관련한 사건은 헌법재판소에도 진행 중이다. 한국바둑고 3학년 재학생과 재수생 등 수험생 18명은 지난 6월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에서 제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지난 10월 퇴임했으나 국회가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헌재가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탓이다.

헌재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만장일치인 경우 시급한 사건은 6인 체제에서라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오는 14일이면 수능이 끝나고 입시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시간이 촉박한 게 문제다.

헌재는 관행적으로 매월 마지막 주 결정을 선고해왔지만, 지난 달에는 재판관 공석으로 인해 선고 기일이 열리지 않았고, 이번 달도 선고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편, 명지대 바둑학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개설된 바둑 전공 학과로 한종진 9단을 비롯해 양건 9단, 홍민표 9단, 송혜령 3단 등 많은 프로 기사를 배출했다.

명지대의 폐지 결정이 알려지자 조훈현·이창호 9단을 비롯해 바둑계에서 집단적인 청원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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